네차례의 공동 선두. 1타차의 짜릿한 우승. 박세리(25·삼성전자)가 미국 LPGA투어 오피스디포챔피언십(총상금 1백만달러)에서 '숙적' 애니카 소렌스탐(32·스웨덴)을 꺾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박세리는 8일 오전(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타자나의 엘카발레로CC(파72)에서 소렌스탐과 1년여 만에 '선데이 맞대결'을 펼친 끝에 최종 합계 7언더파 2백9타로 1타차 우승을 이끌어냈다. 투어 통산 14승째로 우승상금은 15만달러. 소렌스탐은 지금까지 33승 중 11차례나 최종 라운드 역전승을 일궈냈던 '역전의 명수'. 박세리 역시 10차례 최종 라운드 선두로 나서 8차례나 우승한 '역전 불허의 승부사'. 이들 두 선수의 맞대결은 시즌 최고의 '빅카드'답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3타차 선두로 출발한 박세리는 2,3번홀(파4)에서 연속 3퍼팅 보기를 범했다. 소렌스탐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4번홀에서 6m짜리 버디를 성공시키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박세리는 5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한 소렌스탐에게 역전을 허용했으나 6번홀(파3)에서 1.2m 버디를 낚아 다시 동타가 됐다. 7번홀(파5)에서는 나란히 버디를 잡았다. 박세리가 승기를 잡은 곳은 13번홀(파4). 1타차 살얼음판 승부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박세리는 3m 버디를 잡아내며 타수를 2타차로 벌렸다. 14번홀(파4)에서는 세컨드샷이 그린 옆 벙커에 빠졌으나 홀 1.8m에 떨군 뒤 천금 같은 파 세이브를 했다. 박세리는 이 퍼팅이 들어간 후 "우승을 자신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렌스탐이 16번홀(파3)에서 보기를 해 사실상 승부가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승부의 하이라이트는 17번홀(파5·4백63야드)에서 다시 연출됐다. 박세리는 앞에 나무가 가려 무리한 '2온' 시도를 포기하고 레이업을 한 뒤 세번째 샷을 날렸으나 그린을 오버해 갤러리들 사이로 들어갔다. 설상가상으로 칩샷마저 짧아 파 세이브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2온'에 성공한 소렌스탐이 이글에 성공할 경우 다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소렌스탐은 버디에 그쳤고 박세리는 '버디 같은 보기'를 하며 승리를 지켰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