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를 질주하던 박세리는 17번홀(파5·4백63야드)에서 아찔한 순간을 맞이했다. 박세리에게는 1라운드에서 세컨드샷이 물에 들어가면서 더블보기를,2라운드에서는 이글을 각각 기록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간 홀이었다. 이 홀은 거리는 짧지만 그린 왼쪽에 대형 워터해저드가 있어 선수들이 함부로 투온을 시도할 수 없는 홀. 박세리는 드라이버샷이 애니카 소렌스탐보다 짧게 나갔지만 3타 앞선데다 볼의 위치도 좋지 않아 세컨드샷을 그린 앞에 안전하게 보냈다. 홀까지는 83야드. 박의 샌드웨지 서드샷은 너무 잘 맞아 그린을 오버,러프에 박혔다. 위기였다. 네번째 칩샷은 짧아 그린 프린지에 멈췄다. 홀까지 약 5.4m. '모 아니면 도' 작전으로 나간 소렌스탐은 드라이버샷에 이어 7번 아이언으로 볼을 그린 뒤쪽 가장자리에 올려 놓았다. 이글 찬스. 이 찬스를 살리고 박세리가 보기를 하면 공동선두가 되는 순간. 소렌스탐이 먼저 이글퍼팅을 시도했지만 볼이 오른쪽으로 휘며 버디. 박세리는 파퍼팅을 실패하고 보기로 홀아웃했다. 소렌스탐에게 1타 앞서며 최종홀로 향했고 결국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