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4기'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이 네번째 도전만에 마침내 LG배를 품에 안았다. 지난 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벌어진 제6기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5번기 최종 대국에서 유 9단은 '바둑 황제' 조훈현 9단을 맞아 2백50수만에 흑 4집반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3승2패로 타이틀 획득에 성공했다. 1 대 1인 상황에서 유 9단은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3국에서 패배,막판에 몰리며 타이틀 획득이 불투명했지만 지난달 29일 4국에서 조 9단의 거대한 대마를 잡으며 기사회생했다. 상승세를 탄 유 9단은 최종국에서도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유 9단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2억5천만원 획득과 함께 현존하는 세계대회를 모두 한번 이상씩 제패하는 그랜드슬램의 위업도 함께 달성했다. 지난 93년 후지쓰배에서 조 9단을 누르고 세계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유 9단은 96년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잉창치배에서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을 3 대 1로 제압하며 두번째 세계챔프의 자리에 올랐다. 이어 삼성화재배(2000년) 춘란배(2001년) 우승컵을 목에 건 유 9단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화룡점정'을 이뤘다. 유 9단은 그동안 LG배에서 1,2,4기 등 모두 세번이나 결승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준우승에 그치며 '지독한 LG배 징크스'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그 악몽을 말끔히 털어버리게 됐다. 반면 그동안 유난히 LG배에서 성적이 부진했던 조 9단은 최근 삼성화재배 우승의 기세를 몰아 유 9단을 누르고 우승할 것이 유력시됐지만 3국 이후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며 LG배 첫 등정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세계 최강' 이창호 9단은 모든 국제기전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중국이 주최하는 춘란배를 정복하지 못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 유 9단의 LG배 우승으로 한국은 지난 2000년 후지쓰배 이후 있었던 모든 세계기전을 싹슬이하는 또다른 대기록을 달성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