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치러진 5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예외없이 4강에 직행한 정규리그 1, 2위 팀들의 몫이었다. 우승은 커녕 최근 3시즌에서 챔피언결정전은 모두 정규리그 1위와 2위의 맞대결로 이뤄졌을 만큼 기본 전력도 좋은데다 1회전 무사통과로 체력까지 충전된 상위 두팀의 기세는 무서웠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이러한 관행이 깨질 위기에 놓여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5위인 창원 LG와 3위 전주 KCC가 각각 1위 대구동양과 2위 서울 SK를 첫 판에서 제압했기 때문. 5전3선승제의 승부에서 1차전의 중요성은 지금까지의 역대 10차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이 9차례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통계가 말해주듯 절대적이다. 먼저 정규리그 3위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 시작 전부터 우승 후보로까지 꼽혀온 KCC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더욱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가드 이상민을 중심으로 추승균-양희승-정재근의 장신 포워드진과 재키 존스라는 걸출한 센터로 무장한 KCC는 전 선수가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정신없이 코트를헤집는 '토털 농구'가 물이 오르며 서울 SK를 농락했다. 특히 서울 SK는 믿었던 리바운드에서마저 열세를 면치 못해 남은 경기에서도 어려운 승부가 예상된다. 1차전에서 선두 동양을 잡은 LG도 역대 가장 낮은 정규리그 순위(5위)로 챔피언결정전에 나서는 팀이 될 가능성을 열었다. 4강 플레이오프 개막 이전까지만 해도 동양에 객관적 전력에서 처진다고 평가됐던 LG는 조성원의 3점슛이 터지기 시작하고 마이클 매덕스와 칼 보이드가 정규리그에서보다 훨씬 성실하게 골밑을 지키면서 한층 무서운 팀으로 거듭났다. 더욱이 동양 공수의 핵인 포인트가드 김승현이 1차전에서 당한 발목 부상으로 2차전 출장이 불투명하고 마땅한 대체 선수가 없는 것도 LG에게는 호재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만 놓고보면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1위와 2위가 모두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