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PGA투어 우승은 지난주까지 13개 대회 중 7개 대회가 '투어 첫승 기록자'였다. 지난 일요일 끝난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의 크레이그 퍽스를 대표로,절반이 넘는 대회에서 '화끈하게' 무명들의 반란이 어어지고 있는 것. 골프에서는 "우승도 해본 사람만이 한다"는 게 정설이다. 우승을 가름하는 1m 퍼팅의 압박감을 감안할 때 단 한 타로 좌우되게 마련인 골프 우승은 늘 경험자의 몫이 되곤 한다. 그러나 올 시즌은 정말 다른데 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타이거 우즈'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다. 우즈는 강호에 발을 내딛는 것과 동시에 '골프의 기준선'을 무차별로 업그레이드시켰다. 거리만 해도 90년대 중반까진 3백야드만 나가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그렇게 친다. 파4홀 원온도 이젠 정말 별 것 아닌 세상이 됐다. 스코어링도 마찬가지. 종전에는 최종라운드에서 3∼4타만 리드해도 우승이 거의 확실했으나 우즈는 5~6타 차이도 '뒤집을 수 있는 격차'로 바꿔 놓았다. 당연히 기존 선수들은 우즈에게 주눅들었다. 우즈는 지존이었다. 그들은 우즈를 제외한 투어에서만 우승을 나눠 먹었다. 그 시기는 5년이나 계속됐다. 그 기간에 그레그 노먼,닉 팔도,닉 프라이스 등 40대 베테랑들은 나이보다 훨씬 빨리 골프가 늙어갔다. 그리고 어니 엘스,필 미켈슨을 축으로 한 '그나마의 견제세력'들도 이미 '그들만의 기준'이 너무도 깊게 몸에 배어 있었다. 그것은 아마골프에서 90대를 치던 사람이 80타까지는 운이나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이븐파 수준은 전혀 다른 경지의 골프인 것과 같았다. 머리 속은 기준선을 올려야 한다고 외치지만 몸은 이미 수십년 기억력에 물들여져 있었으니…. 그러나 신인들에게는 심플하게,우즈의 기준선이 '골프 자체의 기준선'이었다. '우즈식 골프'를 쳐야 우승이 가능하리라는 것을 알았고,그에 따라 그 기준에 맞는 골프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추구했다. 신인들,무명들이 '우즈 기준의 골프'를 가꾸는 데 걸린 시간이 바로 5년 정도다. 97년 우즈의 본격 등장 이후 5년여가 지난 올해 비로소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지난 일요일 소그래스에서 퍽스가 보여준 '16번홀 칩인,17번홀 롱버디,18번홀 칩인'이 바로 그같은 '우즈식 업그레이드 골프'를 상징하고 있다. 바로 이런 흐름으로 인해 올 시즌 세계골프는 전혀 새로운 골프로 변할 것이다. 단언컨대 눈앞의 마스터스를 비롯 올 메이저대회에서도 무명의 반란자가 나타날 것이다. 골프는 영원히 업그레이드되는 법! 이번 주말 당신의 '골프 화두' 역시 '기준선 업그레이드'가 어떨지…. 본지 객원전문위원·골프스카이닷컴 대표 hksky@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