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못 뛴다고 훈련까지 소홀해서는 안된다." 전지훈련 막바지에 접어든 한국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유럽파 선수들의 대표팀훈련 부적응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히딩크의 이같은 고민은 지난해 11월 이후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설기현(안더레흐트), 안정환(페루자), 심재원(프랑크푸르트) 등 유럽파들이 올 초부터 계속된 대표팀의 강도높은 훈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특히 소속팀 경기에도 자주 출전하지 못한 채 벤치를 지켜온 이들 유럽파들은 이번 전지훈련에서도 히딩크 감독에게 만족할 만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팀 제외라는 `쓴 맛'을 봤던 안정환만이 핀란드전에서 종전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감독에게 강력하게 어필했을 뿐 설기현은 후반들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감독의 우려를 샀다. 지난 1월부터 소속팀 경기에 뛰지 못한데다 소속팀과 마찰을 빚고 있는 심재원 역시 손가락 골절 등 부상까지 겹쳐 본선 엔트리 합류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 터키전을 앞두고 보훔 루어스타디움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히딩크 감독이 "일본파들의 기량이 향상된 반면 유럽파들은 부진했다"고 평가한 것은 유럽파들에 대한 우려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히딩크 감독은 이들 유럽파들이 4월과 5월 계속될 대표팀의 합숙훈련에도 참가하지 못할 경우 강도높은 체력 및 전술훈련을 받게 될 다른 선수들과의 격차가 더욱 커져 결국 전체적인 팀 전력에 적응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히딩크 감독은 터키전 후 소속팀으로 복귀하는 유럽파들에게 체력 및 심리적 적응력 강화를 위한 별도의 과제를 부과하고 선수들에게는 경기에 뛰지 못하더라도 개인훈련을 충실히 해줄 것을 주문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축구협회 역시 `경기에 뛰지 못 할 바에야 대표팀 훈련에 보내달라'는 뜻을 유럽파 선수들의 소속팀에 전했지만 큰 돈을 들여 선수들을 고용한 구단이 협회 사정을 봐줄리는 만무한 상황. 본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히딩크 감독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긴 유럽파들이 자신들의 `부적응' 문제를 스스로 극복해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보훔=연합뉴스) 김상훈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