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연습을 하지 않음. 연간 출전대회는 많아야 10개.그런데도 성적은 상위권' 프로골퍼 같지 않은 프로가 있다. 주인공은 미국 시니어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브루스 리에츠키(51). 지난 91년 존 데일리가 USPGA 챔피언십에 대타로 출전해 우승하던 때 2위를 한 선수라고 하면 더 정확한 소개가 될 듯하다. 리에츠키는 연습을 '경멸'하다시피 한다. 아마추어들에게도 연습을 하지 말고, 교습서를 보지 말라고 권한다. 그 이유는 연습을 하거나 교습서를 보면 오히려 나쁜 버릇만 익히게 된다는 것. 1주일에 한두 번 필드에 나가는 아마추어들이 오늘은 데이비드 리드베터의 말을 듣고,내일은 짐 맥린의 이론을 따라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리에츠키와 같은 선수는 미 PGA 투어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는 대회가 있을 때만 대회장에 나가 몸을 푼 뒤 18홀 경기를 하고 바로 코스를 빠져 나와 버린다. 74년 프로데뷔 후 27년 동안 그가 한결같이 반복해온 골프 행태다. 한 번은 그의 캐디가 정말 연습을 안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즌 종료 후 드라이버 커버 속에 바나나를 넣어 두었다. 다음 시즌 첫 대회 때 커버를 열어보니 바나나 썩는 냄새가 진동해 겨우내 한 번도 클럽을 꺼내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리에츠키가 연습을 하지 않는 것은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연습무용론이고 다른 하나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첫번째는 '연습을 하다보면 나쁜 습관이 밸 수 있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대부분 골퍼들이 연습을 위한 연습을 하거나, 하기 싫은데도 연습을 하는데 그러다보면 긍정적인 면보다 나쁜 스윙습관이 몸에 배게 되는 부정적인 면이 더 강하다는 것. 그는 코스에서 매번 일정한 스윙을 반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고, 연습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두번째는 그가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을 무척 소중히 여기는 '모범 가장'이라는 것. 연습할 시간이 있으면 가족과 함께 보내고, 그 연장선상에서 대회도 선별해서 나간다. PGA투어 시절에는 연간 출전대회 수가 20개 정도였지만, 시니어무대에 들어와서는 10개를 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PGA 시절 13승을 올렸고, 시니어투어 데뷔 연도인 지난해에는 겨우 10개 대회에 나가 두 번 우승하고 1백10만달러의 상금(랭킹 16위)을 챙겼다. 올들어선 지난주 아우디클래식에서 1승을 올렸다. 그의 고향친구 벤 크렌쇼는 "리에츠키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스윙리듬을 갖고 있는 선수"라며 "그 리듬은 젊었을 적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감탄한다. 크렌쇼는 바람부는 날 대부분의 선수들은 녹다운 샷을 구사하지만 리에츠키는 특유의 스윙리듬이 있어 두 클럽 길게 잡고 평소처럼 스윙한다고 소개한다. "스윙이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것이 골퍼들의 소망이겠으나 나는 그렇지 않다. 어제 했던 스윙을 오늘 그대로 반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리에츠키의 말은 연습 지상주의, 프로 스윙 따라하기를 복음처럼 추구하는 골퍼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