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제29회 여류아마국수전은 예선을 거쳐 올라온 강자들끼리의 대결이어서인지 대국장 분위기도 전날과 달리 사뭇 진지하고 긴장된 모습이었다. 대국장은 초읽기 시계와 돌 놓는 소리외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특히 전날 부모님,친구들과 웃고 떠들기 바빴던 꿈나무조 어린이들도 이날은 한수 한수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대국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최강부 결승전에서 맞붙은 김은선 5단과 김수진 5단은 같은 바둑 명문인 충암중의 동문. 평소 잘아는 사이인데다 많은 연습 바둑을 둬 봐서인지 이날 결승전은 초반부터 신중한 포석으로 출발했다. 팽팽하던 국면의 흐름은 백을 쥔 김수진 5단이 하변 흑진에 침입하면서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흑도 이에 질세라 두터운 세력을 바탕으로 백대마에 대한 공격의 포문을 열면서 어지러운 싸움바둑이 전개됐다. 이후 대국은 쌍방 완력에 의존한 난타전의 양상이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김은선 5단에게 미소를 보냈다. 중반이후 커다란 바꿔치기로 우위를 점한 김은선 5단은 중앙에서 한수 늘어진 패를 만들면서 백대마를 포획,결국 15집반의 대승을 이끌어냈다. ○…최강부에 출전한 아마강자 김세실 6단(15)은 같은 학교 친구이자 라이벌인 김은선 5단(16)과의 준결승에서 아쉽게 3집반을 지자 못내 아쉬운 표정. 평소에도 김은선 5단과 많은 바둑을 두어봤다는 김 6단은 "평소 상대 전적이 썩 좋지 못해 이번엔 꼭 이기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그러나 앞으로도 기회가 많기 때문에 크게 상관하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일반부A조 우승을 차지한 서울 송파구의 하영희씨(50)는 "여러 대회를 참가했지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어떻게 결승에 올라와 우승까지 했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매우 상기된 표정. 하씨는 "최종 결승전에선 초반 상대의 실수로 백말 일단을 포획하면서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회 심사위원인 윤기현 프로9단은 "이번 대회는 어느대회때보다 내용이 충실한 바둑들이 많았다"고 평가하고 "이는 아마여류국수전을 통해 우리나라 여성바둑계의 전반적인 수준이 과거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9단은 "비록 입상권에 들지 못했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꾸준히 실력 증진에 힘쓰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참가한 선수들을 격려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