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달을 처음 본 아기 코끼리가 있었다. 호수에 비친 달이었는데 그게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 달을 담아가 아직 보지 못했을 엄마 코끼리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기 코끼리는 호수에 비친 달을 담아가기 위해 물을 모두 마셔버렸다. 많은 물을 마시는 것도 고통스러웠고,엄마에게 가는 발걸음도 걱정스러웠다. 혹시 출렁거려 그 달이 찌그러지지는 않을까 너무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걷고 또 걸어 어미 코끼리 앞에서 다시 물을 쏟아내었다. 하지만 아기 코끼리의 염려와는 상관없이 뱉어낸 물속에는 달이 그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더라는 이야기다. 뱃속에 실어 나르는 코끼리 발걸음에 따라 출렁이듯,골프를 실어 나르는 사람에 따라 골프의 모습은 다르다. 너무 많은 비용을 축내는 운동이 될 수도,환경 오염의 주범이 될 수도 있다. 또 골프장은 '내기 골프'가 성행하고,야합의 장소가 될 수도 있다. 다른 관점도 있다. 세상엔 힘만으로는 안되는 것이 있음을 알게 해주고,연륜과 인내의 소중함을 알려주기도 한다. 골프장은 또 버려진 야산을 소비로 이끌어내는 곳이면서,동반자와 인생을 논하는 곳이기도 하다. 운반에 서투른 글솜씨라 많이 출렁거리지는 않았을까 염려된다. 하지만 뱉어진 달이 그대로의 달이듯 어차피 골프도 골프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달빛처럼 교교(皎皎)하고 은은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내면서 말이다. 얼마전 골프를 시작할까 말까 망설이는 한 선배가 물어왔다. "대체 골프의 뭐가 좋으냐"고. 당시에는 미처 말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말할 것을 그랬다. "좋긴 뭐가 좋아요. 저는 골프가 이럴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했어요. 어찌나 중독성이 강한지 한번 붙잡히니 헤어나기가 쉽지 않네요. 그 뿐이 아니예요. 어떤 분은 골프를 두고 감기와 같다고도 하더군요. 불현듯 걸렸다가 어느 순간 씻은 듯 나으니…. '무너졌다,살았다'가 되풀이되는 거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 통통거림 때문에 늘 긴장하며 살아야 해요. 평생 긴장하며 살 각오가 돼 있으세요? 그렇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선배는 절대로 골프 시작하지 마세요. '절대로…'" 고영분 <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moon@golfsky.com > ............................................................................. 알림:그동안 이 칼럼을 애독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