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심판들을 선수들이 어떻게 믿고경기를 하겠습니까"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쇼트트랙 대표팀 전명규 감독이 외신 기자들이 모두 모인 곳에서 심판진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쇼트트랙 판정에 그만큼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좁은 빙판 위에서 4명 이상의 선수들이 순위를 다투는 격렬한 스포츠인 쇼트트랙에서는 일체의 신체 접촉을 인정하지 않지만 선수들끼리 몸을 부딪히는 일은 다반사고 이에 대한 판정은 전적으로 5명의 심판진에게 맡겨진다.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반칙은 크게 임피딩(impeding)과 크로스트랙(crosstrack)이다. 임피딩은 추월하려는 선수가 선행 주자와 신체 접촉을 했을 때 추월하려는 선수에게 주는 반칙이다. 하지만 선행 주자가 이를 악용하고자 마음을 먹으면 조금만 방향을 틀어 의도적으로 쫓아오는 선수에게 몸을 부딪혀도 심판은 대개 추격해오는 선수에게 반칙을 준다. 남자 5000m 계주에서 실격된 민룡이 이 사례의 희생양으로 러스티 스미스(미국)가 왼쪽 팔꿈치로 민 것이 명백했지만 심판은 스미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크로스트랙은 주로 앞서 가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반칙이다. 선행 주자가 추월을 당하지 않기 위해 억지로 추격하려는 선수의 앞을 막았을때 적용되는 것으로 1500m 결승에서 김동성이 이 반칙으로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우에도 상황에 따라 추월을 시도한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의 임피딩을 줄 수도 있는 것이어서 크로스트랙과 임피딩은 심판이 마음먹기에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전명규 감독은 "크로스트랙은 추월하려는 선수가 선행 주자보다 더 빠른 스피드로 나아가고 있을 때 적용된다"며 "이날 경기에서는 분명 김동성이 오노보다 빨리달리고 있었다"고 판정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또한 쇼트트랙에서는 비디오 판정이 인정되지 않는다. 경기장의 모든 사람들이 대형 화면에서 리플레이되는 화면을 통해 명백한 반칙을 확인하는 상황에서도 심판이 못봤다고 잡아떼면 그걸로 상황 종료다. 1000m 준결승에서 리쟈준(중국)이 김동성의 무릎을 잡아 챘는데도 심판은 "김동성 혼자 넘어진 것으로 봤다"고 말했고 명백한 증거에도 판정은 뒤집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올림픽에서는 모든 경기를 5명의 심판이 도맡도록 돼 있어 수준 이하의 판정이 계속되더라도 대회 기간에는 심판이 교체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열린 남자 경기는 주심인 제임스 휴이시(호주)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중국, 노르웨이 등 4명의 부심이 판정을 했고 남은 경기도 이들이 담당한다. 유독 남자 경기에서만 판정 시비가 계속되는 것이 우연은 아니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선수들의 기량을 심판들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전 감독의 말처럼 쇼트트랙 룰에 대한 재정립과 심판의 자질이 재고되지 않는한 쇼트트랙에서는 올림픽 정신을 망각한 부끄러운 플레이와 판정이 계속될 것이다. (솔트레이크시티=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