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내내 할아버지가 나와 함께 했습니다" 54년만에 올림픽에서 부활한 스켈레톤에서 우승을 차지한 짐 쉐이 주니어(미국)는 금메달을 확인한 뒤 헬멧에서 할아버지의 사진을 꺼내들고 곁에 있던 아버지 짐 쉐이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불과 4주전 할아버지 잭이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해 사진속에만 존재하지만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3대째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쉐이 일가가 모두 함께 모인순간이었다. 잭은 32년 레이크플래시드대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2관왕에 올랐고 아버지 짐쉐이도 64년 인스브루크대회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했었다. 지난해 말 쉐이 주니어가 대표팀에 선발되자 가장 기뻐한 이는 다름 아닌 할아버지였다. 하지만 손자와 함께 솔트레이크시티에서 70년 전의 감흥을 즐기려던 잭의 꿈은뜻하지 않은 사고로 물거품이 됐다. 미국에서 생존하는 최고령 올림픽 출전 선수였던 잭이 세상을 뜨면서 쉐이 주니어는 갑자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잭이 32년 대회 개막식에서 선수 선서를 했던 것을 기억한 사람들은 쉐이 주니어를 70년만에 같은 자리에 서게 만들었고,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쉐이 주니어는 "금메달을 딴 것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올림픽을 즐길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하며 할아버지 사진에 입맞춤을 했다. (솔트레이크시티=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