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콴(미국)이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를 제치고 '은반의 여왕' 자리에 한 걸음 앞서갔다. 콴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아이스센터에서 열린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다양한 기술을 화려한 무대 매너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최고 점수를 받았다. 러시아의 이 종목 첫 우승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슬루츠카야가 그 뒤를 이었고 사샤 코헨(미국)이 3위에 올랐다. 이들 중 누구라도 프리스케이팅(22일)에서 최고 점수를 받으면 금메달을 차지하지만 프리스케이팅은 전통적으로 콴이 강해 이 순위가 그대로 지켜질 가능성이 크다. 홈 팬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속에 등장한 나가노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콴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에 맞춰 역동적인 연기를 펼쳤고, 특히 한쪽 다리를든 채 빙판 전체를 나선형으로 누빌 때는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콴은 점프시 도약이 낮아 기술 점수에서는 슬루츠카야에 약간 뒤졌지만 연기 점수에서 9명의 심판한테 전부 5.9점(6.0 만점)을 받을만큼 탁월해 슬루츠카야를 제칠수 있었다. 콴과의 지난 8번의 대결에서 6번이나 이겼던 슬루츠카야는 모든 필수 기술을 완벽에 가깝게 해냈지만 표현력에서 콴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예선을 통과해 이 종목에 처음 나선 박빛나(대원여고)는 트리플 러츠에서 넘어지는 등 지나치게 긴장한 탓에 27명중 26위에 그쳐 24위까지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티켓을 놓쳤다. 이번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봅슬레이에서는 최초의 흑인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질 배큰과 호흡을 맞춰 미국의 브레이크 담당으로 나선 보네타 플라워스는 봅슬레이 2인승에서 독일의 두 팀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멀리뛰기 선수 출신이고 지금은 육상 코치로 일하고 있는 플라워스는 생소한 이종목에 2000년 뛰어들었고 동계올림픽에서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독일은 산드라 프로코프-울리케 홀즈너 조와 수시-리사 에르드만-니콜레 헤르쉬만 조를 내세워 은메달과 동메달을 가져갔다. 한편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 이규혁(춘천시청)은 남자 1500m에서 자기 최고기록(1분45초20)에도 못미치는 1분45초82를 기록하며 8위에 그쳐 끝내 메달획득에 실패했다. 이 종목에서는 5000m 2위 데릭 파라(미국)가 이규혁의 종전 세계기록(1분45초20)을 대폭 앞당기며 금메달(1분43초95)을 차지했고 5000m 우승자인 요헴 위데하시(네덜란드)가 이번에는 2위(1분44초57)로 밀려났다. 지난대회 우승자 아드네 손드랄(노르웨이)은 3위(1분45초26)를 차지했다. 최재봉(단국대)은 21위(1분47초26)에 올랐고 문준(한체대)과 여상엽(강원체고)은 각각 33위(1분48초58)와 42위(1분50초70)를 기록했다.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스프린트에서는 토르 아르네 헤틀란드(노르웨이)가 페테르 쉴릭케른리더(독일)와 크리스탄 조르지(이탈리아)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이 종목에서는 줄리야 체팔로바(러시아)가 정상에 올랐고 에비 자헨바허(독일)와 아니타 모엔(노르웨이)이 뒤를 이었다. 남자 에어리얼에서는 알레스 발렌타(체코)가 2차 시기에서 고난도의 연기를 펼쳐 합계 257.02점을 기록, 조 팩(251.64점, 미국)과 알렉세이 그리친(251.64점, 벨로루시)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한편 이날 금메달 1개를 추가한 노르웨이(금9.은6.동2)가 독일(금8.은13.동7)을 제치고 다시 선두로 나섰고 한국은 크로아티아와 여전히 공동 14위(금1.은1)에 머물렀다. (솔트레이크시티=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