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취미삼아 살려니 힘든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고민은 지갑에 있다. 처음 골프에 입문했을 때는,골프비용 때문에 얼마나 입 벌어질 일이 많았던가? 고작 쇳덩이에 불과한 드라이버 가격에 놀라고,그늘집 삶은 계란 가격에 분노하면서 말이다. 몇 년이 지나자 점점 가격에 무감각해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고민은 그 무감각이 마음뿐만 아니라 실제 소비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살까,말까?'의 잣대가 골프 한번 치는 비용인 20만원이 돼가니 말이다. 예전 같으면 망설이다가 그만 둘 일인데,"골프 한 번 덜 치면 될 가격이네,일단 사자"라며 쉽게 소비해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골프 곳곳에 붙은 특소세처럼 내 씀씀이에도 특소세가 붙어있는 느낌이다. 지갑은 따라주지 않는데 손만 커져버린 것은 아닌지…. 두 번째 고민은 융통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재즈댄스를 함께 배우자며 며칠째 계속 권해오는 선배들이 있다. 하지만 내 대답은 한결같다. "다른 것 배울 시간이 어디 있어요? 그럴 시간 있으면 골프연습 해야지요"라는 말로 단호하게 거절하고 만다. 생각해보면 이번뿐이 아니다. 일본어도,헬스도,스키도…. 필요를 느꼈지만 골프가 발목을 잡아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들이다. '골프도 제대로 못하면서 뭘 다른 취미를 또 붙이려고?'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골프연습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다른데 눈을 돌리면 골프가 허물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 골프가 마음의 절대구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뾰족한 수도 없으면서 제2의 대안이 유혹해와도 좀처럼 마음을 내어주지 않으니…. '그냥 혼자살면 혼자살았지,그 사람이 아니면 내 맘을 누구에게도 내줄 수 없어'라는 노처녀 고집이 이러할까? 사람이건,골프건 너무 푹 빠지면 생기는 고민인가보다. 헤퍼진 씀씀이는 열심히 일해서 따라잡는다 쳐도,골프로 굳어져버린 마음은 무엇으로 풀어야 할까? 고영분 <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moon@golfsk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