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월드컵조직위원회(JAWOC)는 대회 개막을 반년 여 앞둔 작년 말부터 뜻하지 않은 돈방석에 올랐다. 일본 엔화 값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미국 달러화에 대한 환율은 상승)생각지도 못한 돈이 뭉텅이로 굴러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JAWOC에게 횡재를 안겨 주고 있는 최고의 효자는 단연 입장권 해외 판매분과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받는 분배금 수입이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입장권과 FIFA분배금은 모두 달러 베이스로 결제되는데 작년 말부터 엔화환율이 급상승하자 JAWOC에 들어오는 돈이 크게 불어나게 된 것. JAWOC는 당초 달러당 엔화환율을 1백8엔으로 잡고 6백7억엔으로 대회를 치른다는 살림살이 계획을 짜놓고 있었다. 입장권 판매수입과 분배금,스폰서 수입만으로는 적자가 날게 뻔하다며 경기를 치르는 10개 현에 손을 벌려 1억엔씩을 추가로 받아 냈었다. 그러나 엔화환율은 최근 1백30엔-1백35엔 사이를 움직일 만큼 JAWOC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엔화환율을 달러당 1백32엔으로 잡아도 JAWOC의 수입은 6백43억엔으로 당초 기대치보다 무려 35억8천만엔이나 늘어나게 됐다. 입장권 판매수입의 경우 총 2백18억엔을 예상했지만 해외판매에서 벌어들인 돈이 엔저 바람으로 1백3억엔에서 1백26억엔으로 불어난 덕에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23억엔의 공돈을 챙기게 됐다. FIFA가 한.일 양국 조직위원회에 나누어 주는 분배금 1억달러에서도 모두 13억엔의 환차익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단 36억엔에 가까운 거금이 더 들어오게 돼 있지만 JAWOC의 횡재는 앞으로도 대회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일본 경제가 초장기 불황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자 서방선진국들과 국제 금융시장은 일본의 의도적 엔저 유도에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고 있어서다. 일본 산업계와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엔화 환율이 달러당 1백40엔까지 내달을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며 2백엔을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적자운영을 우려했던 JAWOC는 엔저 바람을 타고 오히려 대폭흑자를 낼 가능성 마저 높아지고 있다. 조직위가 돈방석에 앉게 되자 이를 바라보는 일본 지자체들 간에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다수 지자체는 "흑자운영을 할 수 있게 돼 바람직하다"는 공식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오사카시등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들은 "추가로 걷은 1억엔은 돌려줘야 마땅하다"고 주장,대회가 끝난 후 한바탕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