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메달밭인 쇼트트랙에서 어이없는 판정에 울었다. 한국은 17일(한국시간) 솔트레이크시티 아이스센터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스피트스케이팅에서 억울한 피해를 당해 메달 추가에 실패했다. 남자 1천m와 여자 5백m에서 안현수(신목고)만이 4위에 올랐을 뿐 믿었던 김동성(고려대) 최은경 주민진(이상 세화여고)은 결승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한국으로선 너무나 억울한 경기였다.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 잇따랐고 관중들의 야유도 끊이지 않았다. 이날 경기의 최대 피해자는 남자 1천m에 출전한 한국의 에이스 김동성. 나가노올림픽 때 이 종목에서 우승한 김동성은 준결승에서 매튜 투르코(캐나다)와 리자준(중국)에 이어 3위를 달리다 반바퀴를 남겨 놓고 리자준을 안쪽에서 완전히 제쳤다. 이 순간 2위까지 주어지는 결승 티켓을 거머쥐려는 리자준이 김동성의 오른 무릎을 잡아 넘어뜨렸다. 그러나 3명의 심판(호주·노르웨이·미국)은 김동성이 스스로의 실수로 인해 넘어진 것으로 판단,리자준이 결승에 진출했고 김동성은 억울하게 6∼8위 결정전으로 넘어갔다. 경기장 안의 대형 스크린에는 리자준의 반칙 장면이 연달아 리플레이됐지만 심판들은 리자준의 손을 들어줬다. 관중들의 야유가 잇따르고 전명규 감독도 곧바로 거세게 항의했지만 심판진에서는 "리자준의 반칙을 보지 못했다"는 대답만 했다. 리자준은 결승에서 안현수의 앞길도 막았다. 마지막 코너를 돌 때 선두를 다투던 리자준과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가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고 이 틈을 노려 3위로 달리던 안현수는 선두로 치고 나갈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리자준이 넘어지면서 오노의 균형을 잃게 했고 오노 역시 안쪽으로 치고 나가는 안현수의 발목을 잡아 넘어뜨렸다. 분명 오노의 플레이는 고의적인 것이 아니었지만 리자준의 반칙이 없었다면 안현수는 최소한 은메달은 차지할 수 있었다. 안현수가 넘어지면서 캐나다의 투르코도 함께 뒹굴어 결국 이 종목 우승은 꼴찌로 달리던 스티븐 브래드버리(호주)에게 돌아갔다. 지난 14일에는 금메달이 가장 확실하던 남자 5천m계주에서 민룡(계명대)이 러스티 스미스(미국)가 미는 바람에 넘어져 실격했다. 여자 5백m에서도 최은경과 주민진이 넘어지면서 준결승에서 탈락했고 중국의 간판스타 양양A가 44초187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천m에 출전한 이규혁(춘천시청)은 1분8초37을 기록,한국기록(1분8초61)을 0.24초 당겼으나 8위에 그쳤다. 한국은 금메달 1개,은메달 1개로 종합 순위 13위로 밀려나면서 동계올림픽 4회 연속 10위 이내 진입 목표에 차질을 빚게 됐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