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알아주는 사람이 없지만 꼭 1부리그에서 성공한 뒤 한국 무대에 떳떳하게 진출하겠습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아르헨티나 축구의 프로무대 1부리그에서 뛰기위해 온갖 설움을 감수하며 달리고 있는 한국 출신 선수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곳 프로축구 4부리그인 프리메라리가C의 '꼬뮤니까 시오네스'팀에서 미드필더로 활약중인 정재훈(22)씨. 4살때인 지난 83년 아버지 정호명(54)씨의 손을 잡고 가족과 함께 아르헨티나에 정착한 그는 볼을 차는게 좋아 8살때부터 풋살(5인조 축구)을 시작, 현재 1부리그인 에스뚜리안떼스가 운영중인 클럽에서 뛰다 중학교를 마친뒤 한국으로 돌아가 부평고에 입학했다. 현재 국가대표팀에 속한 이천수의 2년 선배이고 안효연의 1년후배인 정씨는 170cm로 적은 체구임에도 빠른 발에다 탁월한 드리블링, 경기를 읽는 시야 등이 뛰어나 연세대에 입학해 국가대표를 꿈꿨지만 선후배간의 엄한 단체생활과 기합, 구타를 견디지 못해 대학 1년도 마치지 못한 채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미 한국 축구에 적응한 그를 받아줄 상위 리그 프로팀은 없었고 급기야 지난해 월급조차 지급되지 않는 4부리그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뛰기 시작했다. 18개팀이 운영되는 4부리그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연고로 한 코뮤니카 시오네스의 2001-2002시즌 전반기 성적은 3위. 지난 9일 재개한 후반기에서 5승만 거두면 상위 8개팀이 겨루는 플레이오프에 진출, 4위이내에 든다면 다음 시즌부터는 3부리그로 올라가게 된다. 2000년말 멕시코로 재이민을 떠난 부모와 떨어져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아파트에서 혼자 자취하며 `눈물젖은 빵'을 먹고 있는 정씨는 "어린 마음에 팀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 아르헨티나로 귀국하고 말았지만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며 "열심히 뛰다보면 상위팀으로 진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혼자 숙식을 해결하고 몸관리도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불안한 하루를 견뎌가고 있는 그는 "희망을 먹고 산다"면서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아르헨티나에서 성공한 뒤 한국 무대에 자랑스럽게 진출하는 그 날이 언젠가는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장익상기자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