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남자 대회전 예선이 열린 파크시티리조트에 모인 관중들은 11위의 그리 썩 좋지 않은 성적으로 들어온 한 선수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바로 간 이식 수술 뒤 17개월만에 미국 대표로 올림픽 슬로프에 선 크리스 클러그(30)에게 보내는 격려와 감동의 메시지였다. 클러그가 자신이 PSC (primary schlerosing cholangitis)라는 희귀한 간질환이있다는 것을 안 것은 9년전. 하지만 특별한 증상은 없던 클러그는 가족들에게만 병을 알린 채 월드컵대회에꾸준히 참가하는 등 보통 사람 이상으로 건강하게 살아왔다. 그러던 중 한 미국프로풋볼(NFL) 선수가 자신과 같은 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을접한 클러그는 충격 속에 2000년 5월 병원을 찾았고 병세는 이미 심각하게 악화돼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운좋게 두달만에 간이식을 받게 된 클러그는 건강한 체질답게 금새 기력을 회복했고 그해 12월에는 월드컵대회에서 3위안에 입상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결국 미국 대표선발전도 통과한 클러그는 메달과는 거리가 멀지만 "꿈에 그리던올림픽 무대에 서 정말 기쁘다"며 감격해했다. (솔트레이크시티=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