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4일(현지시간) 선수단 숙소에서 새벽 1시부터 1시간여동안 대표팀을 동행한 취재진과 진지하게 인터뷰했다.

39일간의 해외 강행군을 마친 히딩크 감독은 솔직하고도 담담하게 1, 2월 전지훈련의 성과를 털어놓으면서 3월 스페인전지훈련부터 6월 월드컵에 맞춰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착수, 본선에서 원하는 성과를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선수단 숙소인 몬테비데오 쉐라톤호텔에서 진행된 히딩크 감독과의 일문일답.

--이번 전훈을 전반적으로 평가해달라

▲골드컵부터 우루과이전까지 경기 결과는 썩 좋지 않았지만 선수단 전체가 자신감을 잃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오랜 해외생활속에 부담되는 A매치들이 빡빡하게 이어졌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강행군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선수들에게는 큰 도움이됐을 것이다.

선수들이 성실하게 규율을 철저히 지키면서 투철한 프로정신으로 경기에 임하고 경기장 밖에서 단 한건의 사고도 치지 않아 감사한다.

어쨌든 이번 전훈에서 우리 선수들은 많을 것을 느끼고 경험했다.

미국 및 멕시코전에서 전반적으로 경기를 리드하고도 너무나 어처구니없이 실점해 지고 말았는데 우루과이전 역시 똑같은 상황이었다.

집중력을 더 키워야 한다. 순간적인 집중력 상실은 사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우리도 상대처럼 영리한 플레이를 할 필요가 있다.

즉 '경기를 지배하라'는 내 말에만 급급해 영리하게 행동하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

--현재 멤버 중 몇 퍼센트 정도가 대표팀에 잔류하나

▲3월 스페인 전지훈련에 분명히 모두 데려가는 것은 아니다.

가능한 한 필요한 모든 선수를 데려가고 싶다. 일본과 유럽에서 활약중인 선수도 최대한 데려갈 생각이다.

만약 해외파 선수들이 모두 합류할 수 있으면 지금 멤버 중 몇명은 빠질 수도 있다.

좋은 경기를 한 선수는 살아남을 것이고 해외파라고 모두 선택되리라는 것은 오산이다.

결국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진행될 텐데 스페인전훈이 끝나면 자연스레 월드컵 엔트리 23명의 윤곽이 나올 것이다.

포지션별 안배가 필요한데 지금까지 대표팀에 들어왔던 공격수 중 몇 명은 최종 엔트리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

3월 스페인 전지훈련부터 본선 개막때까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체력훈련이 강도 높게 실시될 것이다.

--국내파 선수 중 새로 합류하는 선수도 있는가

▲물론 가능하다. 한국에 돌아가 생각할 것이다. 해외파라고 개런티가 주어진 것은 아니다. 3월까지 얼마나 잘하느냐가 감안될 것이다. 현재 소속 클럽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은 보여준 것이 없으므로 스페인전훈에 합류할 경우 무척 열심히 뛰어야 할 것이다. 선수들은 내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해외파들이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뛸 기회가 없는데 어떻게 평가한다는 것인가

▲경기하는 것을 비교하려는게 아니다. 부상하면 팀에 적응하지 못한다.

가령 설기현은 요즘 부상으로 벨기에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데 지금 당장 합류하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뒤처진다. 준비가 안된다면 대표팀에 합류할수 없다. 동일 대상 비교가 아니라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보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또 비공식적으로 해외파 선수들에게 이런 뜻을 전달하고 있다. "이러저러하게 훈련하라"는 식으로 훈련프로그램을 전달하고 있다.

--홍명보와 윤정환은 어떤가. 특히 홍명보는 대표팀에 합류할 경우 어느 포지션에 활용할 생각인가

▲솔직히 홍명보가 부상에서 회복돼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돼 기쁘다. 나이 많은 선수가 어려운 상황에 닥치면 급격히 노쇠해지는데, 훈련하고 있다니 반갑다.

지금도 홍명보와 접촉하고 있다. 서울에 돌아가는대로 그의 상태를 확인할 것이며 빠르면 다음주 중 홍명보의 발탁 여부를 밝힐 수도 있을 것이다. 윤정환은 분명 기술이 좋은 선수이지만 체력적으로 약하고 소속팀도 올해 2부리그로 떨어졌다. (2부리그 하락이) 전적으로 윤정환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소속팀이 2부리그로 떨어졌다면 그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선수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플레이메이커는 장악력이 있어야 한다. 홍명보와 윤정환 모두 23명의 엔트리에 포함시킬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끝까지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펼치다보면 부상의 위험도 있는데

▲사실이다.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은 무척 강하다. 심지어 성실성에는 내 자신 존경심을 보낸다. '96유럽선수권대회 당시 네덜란드는 잉글랜드전을 앞두고 앞선 두경기에서 템포를 조절했다. 조심스럽게 잉글랜드전에 대비했는데 프랑크 드 보아가 결국 골절상을 입었다. 주의를 기울여도 사고(부상)는 어쩔 수 없다.

얼마전 우리팀 연습 때도 부상 위험이 있으니 백태클 같은 위험한 동작은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지만 헛일이었다. 6월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든 선수가 잘 인식하고 있다.

단계별로 선수들에게 필요한 몸관리를 당부하고 있고 6월에 맞춰 최적으로 끌어올리도록 지시하고 있다. 즉 대강의 엔트리가 정해진 4-5월에는 선수들에게 부상을 조심하도록 경고할 것이다.

부상을 염려해 휴식을 많이 취하면 상대적으로 체력이 떨어진다.체력이 강하면 분명 유리한 점이 있다. 체력이 뒤따라야 전술적으로도 향상될 수 있다. 몸조심해야 할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하도록 여러차례 주문했으므로 선수들 스스로 잘 관리할 것이다.

내가 지금 적용하려고 하는 파워프로그램(체력강화훈련)은 '98프랑스월드컵 당시 네덜란드에 적용한 것으로 상당히 과학적인 데이터에 근거한다.단순히 근력을 키우는 게 아니다. 한국축구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정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육체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부임 이후 희망과 실망을 동시에 안겨줘왔다. 솔직하게 스스로 중간평가를 해달라

▲한국은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가고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감독 취임 당시부터 이 점에서 출발했다. 누가 이득이 되는 선수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밖(취임 전)에서 봤을 때 한국 선수들은 강팀을 만나면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지난해 9월부터 강팀들과 경기를 하고 있는데 이제 우리 선수들은 '결코 그들이 우리의 스승이 아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대등한 경기를 해왔고 공수에 걸쳐 전력이 안정되고 있다. 취임 직전부터 축구협회 수뇌부와 많은 얘기를 나눴고 `강팀과 자주 맞붙어 우리의 약점부터 제대로 파악하자'는데 합의했다.분명 쉽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해해줬으면 한다. 약팀을 상대로 한 승수쌓기는 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목표는 6월이지 않은가. 태국이나싱가포르같은 약팀에게 이겨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의 약점을 모르게 된다.

물론 지난 골드컵에서 약팀에게도 진 경우가 있어 한국민들이 실망한 사실을 잘 안다. 또 강팀과 대결해 계속 지면 우리팀 자체도 힘들어진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적 수준에 미달하는 게 현실이다. 팀 수준과 상관없이 내가 왔다고 그 간격이 갑자기 좁혀지고 유럽의 강호같은 축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이런 험난한 과정을 통해 대표팀뿐만 아니라 19세 청소년팀과 올림픽팀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게 내생각이다.

자신도 있다.

재능 있는 선수와 열성적인 지도자들이 있어 한국축구는 미래가 밝다.

난 한국축구의 전반적인 환경개선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 되고 싶다.

(몬테비데오=연합뉴스) 장익상기자 is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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