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0대 소녀 고기현과 최은경이 결승선을 나란히 통과하던 순간,2분30여초동안의 긴박했던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한국이 쇼트트랙의 최강국임을 전세계에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순간이었다. 16세 여중생 고기현(목일중)은 14일(한국시간) 미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아이스센터에서 벌어진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여자1천5백m 결승에서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나서며 2분31초581의 기록으로 우승,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또 최은경(세화여고)은 고기현에 0.029초 뒤진 2분31초610을 기록,강호 에브게니아 라다노바(불가리아)를 제치고 은메달을 추가했다. 트랙 13바퀴 반을 도는 이날 레이스에서 최은경은 처음부터 선두로 나섰다. 반면 고기현은 초반 3위로 처지며 페이스를 조절했다. 완만한 진행을 보이던 8바퀴째 코너. 고기현이 선두 최은경을 바짝 따라붙으며 2위 자리를 차지하자 다른 선수들의 매서운 도전이 시작됐다. 9바퀴째. 속도를 더하는 레이스속에서 세계 최강자로 일컬어지는 중국의 양양이 고기현을 추월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양양은 갑자기 중심을 잃는 듯 하더니 바깥쪽으로 미끄러지며 레이스에서 멀어져 갔다. 11바퀴 반. 이제 남은 두바퀴. 최은경의 뒤를 바짝 따르던 고기현은 최은경의 안쪽으로 파고 들며 선두자리를 차지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선두를 빼앗긴 최은경도 이에 질세라 마지막 코너에서 아웃사이드로 빠지며 막판까지 젖먹던 힘을 다했다. 두 선수의 스케이트 날이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하는듯 했다. 두 선수의 차이는 언론에서 우승자를 놓고 한때 혼선을 빚을 정도인 0.029초. 앞서 열린 준결승에서 2분21초069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1위로 결승에 나섰던 최은경은 결승 막바지에 후배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짧고도 길었던 레이스를 마감했다. 이로써 한국은 전략종목인 쇼트트랙 첫날 여자부에서 최강 양양 듀오를 앞세운 중국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정상에 오르며 '92알베르빌대회 이후 연속 4회 종합10위 진입 목표달성에 자신감을 더했다. 또 한국 쇼트트랙은 남자1천m에서 김동성(고려대)과 안현수(신목고)가 나란히 준결승에 올라 더욱 기대를 부풀게 했다. 김동성과 안현수는 특히 각각 안톤 오노(미국)와 리자준(중국)과 결승을 방불케하는 치열한 레이스 끝에 조예선을 1위로 통과해 또 한번의 금빛 레이스를 예고했다. 그러나 한국은 남자 5천?계주 준결승에서 민룡(계명대)이 레이스 중 미끄러지면서 실격당해 아쉬움을 남겼다. 민룡은 비디오 분석 결과 미국 러스티 스미스의 왼쪽 팔꿈치에 밀려 넘어진 것으로 밝혀져 미국의 무리한 홈 어드밴티지 적용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