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이 시작부터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울고 웃는 곡절 끝에 첫 금메달을 딴 주인공은 스테파니아 벨몬도(33.이탈리아). 10일(한국시간) 유타주 미드웨이에서 벌어진 크로스컨트리 여자 15㎞프리스타일 경기에서 벨몬도는 도중 폴이 부러지는 역경을 딛고 감동의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벨몬도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10.5㎞ 지점이었다. 선두그룹에 끼어 달리다 폴이 부러진 것. 벨몬도는 폴 하나로 눈을 지쳤지만 이내 선두에서 밀려났고, 그의 앞에 보인 것은 달아나는 선수들과 눈물 뿐이었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그토록 울어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벨몬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이왕 출발했으니 결승선에는 닿아야한다는 노장의 자존심이 그를 지탱했던 것. 한 700m 쯤 달렸을까? 선두에 7초나 뒤진 채 희망을 잃어가던 벨몬도에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팀 트레이너가 코스 주변에 나타나 폴을 건넨 것. 이미 그때 '98나가노올림픽 3관왕 라리사 라주티나(러시아)가 선두로 역주하고 있었지만 벨몬도는 '할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따라잡기에 안간힘을 썼다. 이제 남은 거리는 100m. 이를 악문 역주 끝에 결승선을 1.5㎞ 앞두고 선두그룹에 합류한 벨몬도는 100m를 남기고 벌인 라주티나와의 막판 스퍼트 싸움에서 승리, 첫 금메달을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우승 기록은 39분54초4로 라주티나(39분56초2)와 거의 2초차. 종종 발 하나 차이로 메달 색깔이 갈라지는 것을 감안하면 완벽한 승리였고, 특히 이곳 미드웨이는 벨몬도가 89년 생애 첫 월드컵 금메달을 따낸 곳이라서 감격이 더욱 컸다. 골인과 함께 또다시 눈물을 펑펑 쏟은 벨몬도는 "있는 힘을 다했다. 한 때 냉정을 잃고도 포기하지 않은 내게 신이 마지막 선물을 준 것 같다"며 흐느꼈다. (솔트레이크시티=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