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시작되면 공항에는 해외골프여행을 가는 골프백들이 즐비할 것이다. 며칠 전 동남아로 골프치러 가는 골퍼들을 꼬집은 뉴스가 방영되었다. 외국으로 나가 외화를 낭비하는 골퍼들의 수가 몇에 육박했고,그들이 나가서 부리는 행패의 유형은 무엇인지가 보도되었다. 어머니는 혀를 끌끌 차며 "저런 몰상식한 사람들!"이라며 못마땅해 하신다. 뉴스에서 그려주는 세상을 순수하게 믿는 사람들의 눈에는 확실히 '나쁜 편'이었다. 그 뉴스가 나간 다음날, 내가 속한 골프사이트에는 뉴스보도에 대해 유감을 갖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한 분의 힘찬 논리는 이러했다. '예순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할 수도 없고,그나마 슬슬 힘없이 할 수 있는 취미로 찾은 것이 골프인데 그마저 쉽지 않다는 것,무거운 세금 걷어내면 왜 더운 나라까지 골프를 하러 가겠느냐는 것,1년 내내 골프장의 높은 벽,높은 가격에 시달리다 흡사 골프 못친 한(恨)을 풀러 가는 난민들로 보인다는 것'등…. 태국 골프장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리지도 않고 지금 바로 치게 해달라며 행패를 부리는 한국 골퍼들,국내 골프장에선 엄두도 못 낼 그런 대담무쌍함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장난감 가게에 데려다 놓으면 갑자기 불어난 장난감 앞에서 흥분하며 사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들이 그러할까. '무제한 라운드'라는 상품이 유행하는 배경을 생각하게 된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밤이 깊을 때까지 자기가 원하는 만큼 골프를 치는 것이다. 그 상품을 최초로 만든 사람도 아마 한국인이었을 것이고,골퍼였을 것이다. 비용 걱정없이,부킹 걱정없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원없이 골프를 쳐보고 싶다'는 한국 골퍼의 마음.그걸 정확히 읽어낸 여우같은 상품이다. 앞서 말한,'골프에 맺힌 한'을 무제한 라운드로 푸는 것이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해외골프여행은 뉴스에 오른다. 하지만 점차 뉴스는 뉴스대로 흐르고,골퍼는 골퍼대로 제 갈 길을 간다는 느낌이다. 행인의 옷 벗기기 시합에서 이긴 건 매서운 바람이 아니라,더우면 벗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안 따뜻한 햇볕이었다. 시정할 점을 열거한 그 뉴스의 마지막 부분에 이 한마디를 덧붙였으면 좋았을 뻔했다. "왜 그들은 이렇게 나가려고만 할까요" 고영분 <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moon@golfsk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