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스카우트 시장이 이상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한배구협회가 선수선발 방식을 드래프트에서 자유계약으로 바꾼 데서 비롯된 필연적 현상이지만 ▲몸값 인플레 ▲끼워팔기 ▲고교생 입도선매 등 자유계약의 폐해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제도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선 몸값 인플레 현상은 올해 스카우트 최대어로 꼽히는 차세대 세터 권영민(인하대)이 주도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인하대 재단으로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데도 현대캐피탈에 이어 삼성화재가 `입질''에 돌입, 몸값이 당초 2∼3억원에서 5억∼6억원으로 폭등했다. 스카우트의 귀재 송만덕 한양대 감독을 영입한 현대로서는 "국가대표 세터 2명을 거느린 삼성이 도덕상 권영민을 못 잡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삼성측은 "우리 선수"라며 사실상 `상황 종료''를 선언해 궁금증을 낳고 있다. 권영민을 둘러싼 치열한 암투 속에 졸업반 중 최고 공격수로 통하는 이형두와 국내 최장신 센터 박재한(이상 경기대)의 주가도 동반 상승해 이미 계약금만 지난해드래프트 1순위 문성준(홍익대)이 받은 2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스카우트 시장이 어수선한 와중에 LG화재와 현대캐피탈은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원영철(홍익대)과 장육성(조선대)을 각각 영입해 세터진을 보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원영철의 경우 유망주인 데도 불구하고 드래프트 직전 `몸이 고장났다''는괴소문이 돌았던 터여서 다른 팀들은 "작전에 속았다"며 무릎을 치고 있다. 스카우트 열풍은 고교생도 그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미 한 실업팀이 유스대표 출신 센터와 계약 협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고 다른 팀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꿈나무 스카우트에 뛰어들 태세여서 대학 감독들이 `밥그릇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한 배구계 인사는 "배구협회가 아무런 대책 없이 자유계약을 무방비로 열어놨다"고 지적하고 "협회가 지금이라도 졸업반에 대한 입단 지원서가 교부될 3월말 이전에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