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호가 새해 첫 출정에서 불안한 모습을 연출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스테이트 플러턴대학 타이탄스타디움에서 열린 현지 프로팀 LA갤럭시와의 연습경기에서 다양한 포지션 변화를 주며 새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지만 시종 졸전을 펼친 끝에 0-1로 패했다. 지난해 12월9일 미국과의 서귀포 평가전 이후 1개월여만에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오랜 휴식 탓인지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웠으며 심판 판정에 자주 항의를 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히딩크 감독은 전반 이천수를 중앙 공격형미드필더로 세우면서 김도훈과 최용수를 투톱으로 기용한 공격조합을 테스트했고 왼쪽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이을용을 수비형 미드필더로,현영민을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시켰다. 하지만 이날 테스트의 핵인 이천수는 전반 17분과 42분 두차례 날카로운 중거리 슛을 날리기는 했어도 최전방으로 이어지는 예리한 패스를 거의 하지 못했고 자주 자신의 주 포지션인 양날개쪽으로 치우쳐 공격 사령관으로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또 소속팀(부천)에서의 포지션이던 수비형미드필더로 이영표와 호흡을 맞춘 이을용은 잦은 패스미스를 범해 공격의 맥이 끊겼다. 이와 함께 유상철을 중심으로 나선 쓰리백 수비라인 또한 최근의 탄탄한 조직력을 보이지 못한 채 수차례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다 후반21분 멕켄리 테니슨에게 왼발 결승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날 얻은 성과는 지난해 11월 대표 발탁 이후 처음 선발 출장한 현영민과 후반 황선홍과 투톱을 이룬 차두리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한편 부상으로 한동안 자리잡지 못했던 최성용이 옛 기량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이날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선 현영민은 침착한 수비력과 과감한 오버래핑 능력을 보여줬고 차두리는 후반들어 스피드를 앞세운 과감한 돌파능력을 보이더니 38분 김남일의 스루패스를 이어받아 골키퍼의 손을 맞고 크로스바를 넘는 결정적인 슈팅을 날리는 등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한편 후반들어 교체투입된 최성용은 후반 초반 수비형미드필더로 나섰다가 중반부터 오른쪽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긴 뒤 빠른 측면돌파에 이은 센터링으로 찬스를 만들어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재확인했다. 장유택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