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2세 알렉스 김(한국명 김경일)이 올시즌첫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2002호주오픈(총상금 1천650만달러)에서 우승 후보인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러시아)를 꺾는 대회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세계랭킹 234위로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오른 김은 16일 호주 멜버른파크에서계속된 대회 3일째 남자단식 2회전에서 랭킹이 200위 이상 높은 4번시드의 카펠니코프를 시종 압도한 끝에 3-0(6-3 7-5 6-3) 완승을 거뒀다. 1회전에서 다비드 상귀네티(이탈리아)를 꺾고 메이저대회 첫승을 거머쥔 김은이로써 32강이 겨루는 3회전에 올라 18일 역시 예선통과자인 세계랭킹 140위인 페르난도 곤살레스(칠레)와 16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카펠니코프는 지난 99년 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2000년에는 준우승을 거뒀고같은해 열린 시드니올림픽 남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세계 최정상급 선수. 95년 프랑스오픈에서도 정상에 오르는 등 메이저대회 2관왕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통산 24승을 거둔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카펠니코프를 무명 알렉스 김이 격파한 것은 메이저대회 사상 최대 이변으로 꼽히게 됐다. 스탠퍼드대학 재학 시절 미국대학선수권(NCAA) 테니스대회에서 2년 연속 챔피언을 지낸 김은 재작년 US오픈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메이저대회 출전이다. 170㎝의 작은 키로 90년대 초반 스타였던 중국계 미국인 마이클 창을 연상시키는 김은 191㎝의 장신인 카펠니코프를 서비스와 스트로크 등 모든 면에서 오히려 압도해 관중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날 김의 영리한 플레이에 휘말려 무려 55개의 범실을 저지르며 자멸한 카펠니코프는 "그를 과소평가하지 않았다"면서 "처음부터 힘든 경기를 예상하고 긴장했는데 최악의 플레이를 한 것이 당황스러운 뿐"이라고 말했다. 김은 경기 후 가진 외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긴 것이) 믿기 어렵다"면서도 "카펠니코프가 전혀 두렵지 않았고 (US오픈에서) 애거시와 경기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남자단식 5번시드 세바스티앙 그로장(프랑스)도 세계랭킹 51위인 프란시스코 클라베트(스페인)와 풀세트 접전을 벌인 끝에 2-3(4-6 6-3 0-6 7-5 4-6)으로 무너졌다. 이로써 남자단식 상위 시드 ''톱5''가 모두 2회전도 못 넘기는 메이저대회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톱시드인 홈코트의 레이튼 휴이트(호주)와 3번시드 구스타보 쿠에르텐(브라질)은 1회전도 못 넘겼고 3연패를 노리던 2번시드 앤드리 애거시(미국)는 아예 출전을포기했었다. 그나마 6번시드 팀 헨만(영국)이 블라디미르 볼츠코프(벨로루시)를 3-0(6-3 6-46-1)으로 완파하고 32강이 겨루는 3회전에 진출, 상위 랭커의 체면을 세웠다. 여자단식 2회전에서는 4번째 패권을 노리는 3번시드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가그레타 안(독일)을 2-0(6-2 6-1)으로 가볍게 따돌리고 32강에 안착했다. 또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을 노리는 비너스 윌리엄스도 한 수 아래의 크리스티나 브랜디(이상 미국)를 2-0(6-3 6-4)으로 완파했다. 현재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비너스는 하루 휴식을 취하면 좋아질 것이라고희망했다. 통산 4회 챔피언인 8번시드 모니카 셀레스(미국)는 카라 블랙(짐바브웨)을 단 2게임만 내주고 2-0으로 제쳤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