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투수'' 선동렬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38)이 골프에서도 ''국보급''다운 기량을 뽐내고 있다. 얼마 전 경기 용인 프라자CC에서 만나 그의 골프에 대해 들어봤다. 선동렬의 핸디캡은 5. 드라이버샷 거리는 평균 2백80야드지만 마음껏 치면 3백야드를 가볍게 넘긴다. 베스트스코어는 66타. 지난해 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에서 버디 9개에다 더블보기와 보기 1개로 기록한 스코어다. 홀인원은 한 번도 못해봤지만 이글은 30여차례나 했다. 레귤러티(화이트티)에서 칠 경우 국내 모든 골프장의 파5홀은 ''2온''이 가능하다. 골프채를 잡은 건 지난 88년 시즌을 마친 11월이었다. 한대화 현 동국대 감독과 함께 골프를 시작했다. 연습장을 두세 번 찾은 뒤 당시 이상윤 해태 투수코치가 전북 익산CC에서 ''머리를 얹어''줬다. 생애 첫 티샷은 토핑이 나 5m 나가는 데 그쳤다. "티잉그라운드 주변에서 20∼30명의 사람들이 보고 있었는데 어찌나 창피하던지….그날 1백18타를 쳤어요" 그는 레슨을 전혀 받지 않았다. 대신 첫 라운드 후 두 달간 30번 정도 ''몰아서'' 라운드를 했다. 그래서 두달만에 바로 1백타를 깼다. "골프장에 가는 날이면 어렸을 때 소풍 가는 기분이죠.연일 경기로 쌓인 스트레스도 없어지고 잡념도 없어져 그렇게 좋더군요" 그는 일본으로 가기 전 80타대까지 스코어를 낮춘 뒤 시즌이 끝나면 한 달에 26∼27라운드를 할 정도로 ''골프 마니아''가 됐다. 골프와 야구의 차이점이 뭐냐는 물음에 "골프는 실수를 해도 만회를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야구에서는 실수를 만회할 수 없습니다.나같은 마무리투수는 한 번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죠"라고 말한다. 선동렬은 일본에서 만난 프로들의 도움으로 골프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 "레슨을 받지 않고 골프를 하다보니 한계에 도달하더군요.80타대 초반에서 더 이상 스코어가 줄지 않더라고요.일본 LPGA 투어프로인 핫토리 미치코,구옥희,고우순 등으로부터 원포인트레슨을 받으면서 완벽한 ''싱글''이 됐죠.처음엔 여자프로들이 9홀에 3타를 접어줬지만 이제는 18홀에 1타만 핸디캡을 받고 칠 정도가 됐습니다" 레슨을 받지 않아 스윙이 이상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는 보기 좋은 스윙폼을 갖고 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18.4m 거리에서 1백50㎞ 속도로 0.3초내에 날아오는 볼을 둥그런 배트로 맞혀야 하는 야구도 어렵지만 가만히 있는 볼을 살려내야 하는 골프도 결코 쉬운 운동은 아닙니다.결국 자신과의 싸움이죠.한 홀에서 스코어가 몰락해도 다음 기회를 노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인생사와 똑같죠"라고 대답했다. 그는 일본에서 ''선동렬배 자선골프대회''를 주최해 불우이웃돕기에도 앞장섰다. 처음에 4팀으로 시작했는데 지난해에는 무려 2백50명이 모였다. 자신의 야구용품을 경매한 수익금을 보태 한국과 일본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프로골퍼가 돼보라는 권유까지 받고 있는 그는 "야구로 살아온 만큼 여생은 야구에 헌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글=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