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은 잡혔지만 경쟁은 계속된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본선에서 포르투갈, 폴란드, 미국을 상대로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할 히딩크호 최후의 승선 티켓을 놓고 선수들간에 보이지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히딩크 감독은 취임후 8차례에 걸쳐 50여명의 선수들을 소집, 실험을 거듭하며 대표팀 골격을 만들어 왔고 앞으로 5개월이 채 남지 않은 동안 전술 변화에 따른 선수 기용 구상을 마무리할 예정이어서 주전경쟁은 막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최전방 공격에서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선수는 노련한 플레이가 돋보이는 황선홍(가시와)과 골결정력, 공간확보 능력이 뛰어난 최용수(이치하라), 유럽무대 경험이 풍부한 설기현(안더레흐트) 등이다. 또 스피드를 이용한 측면 돌파로 공격의 물꼬를 틀 측면공격수로는 이천수(고려대)와 최태욱(안양), 안정환(페루자)이 가장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이상의 선수들을 조합해 볼 때 투톱일 경우 '황선홍-설기현'을, 삼각편대 형태의 공격라인을 가동할 경우 `최태욱-황선홍(설기현)-이천수' 또는 '설기현-황선홍(최용수)-안정환'라인을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미드필드 주전 경쟁 판도는 확실한 플레이메이커가 없는 문제를 안고 있는 히딩크 감독이 이 고민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플레이메이커 자리에 주로 기용됐던 선수는 안정환과 이천수, 유상철(가시와) 등이지만 아직 확실한 카드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일본천황배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팀을 결승에 올려놓은 윤정환(세레소 오사카)의 재기용설도 나오고 있다. 최성용(수원)이 도맡다 시피했던 오른쪽 미드필더 자리도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송종국(부산)이 가능성을 보이면서 `안갯속' 형국. 다만 이을용(부천)이 그간의 활약으로 왼쪽 윙백 자리를 확보했고 중앙미드필더 는 김남일(전남), 이영표(안양), 박지성(교토 퍼플상가)으로 압축됐다. 히딩크 감독이 그동안 가장 큰 관심을 가져왔고 또 최근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수비라인의 중심에는 송종국이 확실한 자리를 굳혔다. 조별예선 상대 3팀의 기본전술인 4-4-2에 대비한 수비는 송종국을 중심으로 왼쪽에 최진철(전북) 또는 김태영(전남), 오른쪽에 심재원(프랑크푸르트) 또는 이민성(부산)이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다만 스피드와 체력이 떨어져 컨페드컵 이후 줄곧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홍명보(부산)의 재기용과 수비와 미드필드를 오가며 테스트를 받아온 `멀티플레이어' 송종국, 유상철의 위치이동 여부가 수비진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을 수도 있다. 이밖에 골키퍼 자리에는 김병지(포항)의 주전 발탁 가능성이 높다. 김병지가 지난해 1월 홍콩칼스버그컵대회 파라과이전에서 골문을 비우는 돌출행동으로 히딩크의 노여움을 산 뒤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9개월 동안 대표팀 수문장 역할은 이운재(상무)가 도맡아왔다. 기량면에서 국내 최고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는데다 혹독한 히딩크식 '선수 길들이기'를 잘 견뎌내 한층 성숙한 면모를 보인 점이 주전발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젊은 선수를 발굴하고 다양한 전술의 가능성을 시험하며 1년을 보낸 히딩크 감독이 우승후보군의 포르투갈과 `다크호스' 폴란드, 한국을 1승 재물로 삼고 있는 미국을 뛰어넘을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