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50여년 전에 제기된 수학문제. 수많은 학자들이 매달렸으나 풀리지 않은 문제였다고 한다. 소년시절부터 그 문제를 풀어야겠다고 마음먹은 한 영국 소년이 있었다. 그는 수학자가 되어 지상의 모든 수학공식을 다 섭렵한 후,수년간 입산수도까지 하며 결국은 문제를 풀고 말았다는데…. 수학문제 하나를 풀고자 일생을 걸다니,보통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삶이다. '작대기 하나 들고 슬슬 걷다가,땅바닥에 우두커니 서있는 볼을 치는 것' 어찌보면 그 수학문제 풀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재미도,실속도 없어 보이는 운동이다. 하지만 막상 접하고 나면 달라진다. 한 샷,한 샷이 풀어질 듯하다가 다시 엉기고,나아질 듯하다가 후진한다. 안 풀어도 그만인 수학문제와 씨름하듯,안 해도 그만인 골프를 두고 지난 1년간도 힘겨운 씨름을 했다. 힘든 부킹을 하고,가족들의 눈총을 감수하며,막히는 길을 쫓아 하루를 소요하고,거기에 값비싼 비용까지 지불하며…. 걷기 싫어하면서도 10㎞도 더 넘는 길을 군소리 않고 걸었으며,새벽잠을 쫓기도 많이 했다. 그나마 병아리인 나는 약과다. 나보다 더 중증인 골퍼는 또 얼마나 많은가? 골프와 골퍼들을 보며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 힘인가를 본다. 다다를 수 없는 것,풀리지 않는 것에의 열망은 언제나 큰 힘을 발휘한다. 그 수학자가 그러하고,긴 세월 동안의 짝사랑이 그러하며,골프가 그러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부질없고,불행한가 하면 그렇지 않다. 비록 언제 성취된다는 보장없는 매달림이지만,그조차 없이 팍팍하게 사는 사람보다 더 뜨거울 수 있지 않은가. 세상에 가장 완벽한 사랑은 짝사랑뿐이라는 한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 골프에 대한 짝사랑으로 봄이 가고 여름과 가을,그리고 한 해의 끝이 왔다. '올해는 잘되겠지'라는 믿음 하나로 나를 풍요하게 해준 골프,나를 열망하며 매달리게 해준 그 골프에 감사한다. 고영분 골프스카이닷컴편집장 moon@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