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게 된 박찬호(28)의 총연봉을 놓고 미국 현지 언론들이 각기 다른 보도를 내보낸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1년 뒤 바이아웃(buyout)' 옵션 때문이다. 23일(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5년간 총 6천500만달러를 받게 된 박찬호는 2002시즌 뒤 다시 한번 자유계약(FA)을 선언할 수 있으며 그권리를 소멸시키기 위해 레인저스가 600만달러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 내년 시즌 뒤 박찬호가 FA를 고집하면 다시 팀을 옮길 수 도 있지만 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이날 "5년간 7천100만달러를 지급하는데 굳이 떠날 이유가 뭐 있겠냐"고 반문했다. 즉 내년 시즌 박찬호의 신상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600만달러를 추가로 받으며 텍사스에 잔류할 계획이라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그럼 텍사스와 보라스는 왜 이처럼 복잡한 계약을 맺었을까. 다름아닌 메이저리그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치세(luxury tax)와 주변 구단들의 따가운 눈총 때문이다. 지난 94년 선수노조의 파업으로 샐러리캡 도입이 무산됐던 메이저리그는 고액연봉 구단들로부터 사치세를 걷어 재정이 빈약한 구단에 지원하고 있다. 올시즌 전체 연봉이 9천만달러를 넘었던 텍사스 입장에서는 박찬호에게 뭉칫돈을 지급하다 보니 사치세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텍사스는 박찬호의 연봉을 6천500만달러로 발표, 타구단의 눈길을 피하면서 600만달러는 옵션을 채워주는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박찬호가 5년간 텍사스에서 받게 되는 실질 연봉은 총 7천100만달러이며연 평균 1천420만달러에 이르게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굵직굵직한 계약을 여럿 성사시킨 '큰 손' 보라스도 "이렇게 복잡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두를만큼 골치아픈 계약이었다. (알링턴=연합뉴스) 권오연특파원 coo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