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국, 최태욱은 뜨고 윤정환, 홍명보는 졌다.' 거스 히딩크감독이 한국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11개월동안 많은 선수들이 새로 히딩크호에 승선한 반면 또 많은 선수들은 태극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이는 선수들의 기량이 일취월장했다거나 반대로 난조에 빠졌다기보다는 히딩크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큰 영향을 미쳤다. '히딩크스타일'에 적합한 선수는 90분내내 그라운드를 달릴 수 있는 체력에다 빠른 스피드를 갖춰 빠르게 공수를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했다. 이를 소화하는 데는 젊은 선수들이 두드러지게 모습을 나타냈고 체력이 저하된 노장들은 서서히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결과로 연결됐다. 내년 월드컵 본선 엔트리 23명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되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이는 잘 증명된다. 황선홍, 유상철(이상 가시와), 최용수(이치하라), 이운재(상무), 이민성(부산), 최진철(전북), 김태영(전남) 등이 노장으로 분류될 뿐 나머지는 기껏해야 20대 중반의 신예들이다. 특히 측면 공격수인 이천수(고려대)와 최태욱(안양)은 히딩크 체제의 황태자로 자리잡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밀레니엄스타'로 떠받들여졌던 이천수는 히딩크감독 부임이후 대표팀에서 배제됐지만 8월 유럽전지훈련때 정신적, 기술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이후 붙박이로 활약하고 있다. 최태욱도 유럽전지훈련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이후 `총알' 스피드에 기량까지 붙기 시작, 성장 가능성을 마음껏 부풀리고 있다. 공격진에서는 설기현(안더레흐트)이 빼어난 체력과 함께 유럽무대에서 갈고 닦은 기량을 앞세워 같은 유럽파인 안정환(페루자), 일본파인 황선홍, 최용수와 함께 뜨거운 4파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 공수를 조율하는 미드필더에서도 체력이 뛰어난 선수들의 중용이 두드러진다. 히딩크감독 이전부터 대표팀에 종종 뽑혔던 최성용(수원), 이영표(안양), 박지성(교토), 그리고 히딩크사단에서 뜨고 있는 이을용(부천), 김남일(전남)등이 한결같이 체력이라면 내로라하는 선수들이다. 송종국(부산), 심재원(프랑크푸르트)도 수비에서 주전자리를 꿰찼다. 송종국은 중앙수비수와 미드필더 등 두 포지션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반면 홍명보(포항), 윤정환(오사카), 강철(전남), 이임생(부천) 등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력도 떨어지고 달갑지 않은 부상도 자주 찾아와 불과 1년사이에 대표팀명단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한편 고종수(삼성)는 뛰어난 킥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부상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뼈를 깎는 재활훈련을 통해 3월 이전에 예전의 체력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히딩크사단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