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본선에서 맞붙게 될 미국축구대표팀은 조직력에서 아직 가다듬어지지 않은 전력을 노출했다. 어니 스튜어트, 조 맥스 무어, 클라우디오 레이나 등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주전들이 빠진 미국은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분명 100% 전력을 갖추고 플레이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날 경기만으로 볼 때 미국은 간격이 넓은 포백 수비라인, 킥앤드러시에 의존하는 공격라인은 한국을 압도하기에는 미흡한 점을 드러냈다. 스트라이커 브라이언 맥브라이드는 185㎝의 장신이지만 76㎏의 다소 떨어지는 체격으로 한국의 최진철, 유상철 등에게 몸싸움에서 밀리는 인상을 주었고 투톱 파트너인 조시 울프는 173㎝의 단신이어서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4-4-2 포메이션의 전형적인 유럽식 축구는 아니었다는 평가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된 랜던 도노반을 비롯해 오른쪽 미드필더 코비 존스 등은 한국의 적극적인 압박수비에 발이 묶였다. 이 때문에 미드필드에서 세밀한 패스를 이어가기 보다는 최후방 수비에서 한번에 연결되는 단조로운 공격을 펼쳤다. 또한 제프 애구스가 이끄는 수비라인은 간격이 너무 넓어 한국에 여러차례 결정적인 스루패스를 허용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한국의 이천수, 최태욱이 황선홍을 정점으로 좌우 넓게 포진,미국 수비에 허점을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은 전,후반 변함없는 체력과 스피드를 유지하며 한국을 위협하는 저력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한국의 수비진들이 경기 종료를 15분가량을 남겨 놓고 급격히 체력과 집중력이 저하되는 취약점을 드러낸 대목이다. 한국과 미국은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대회에서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도 9일 경기에서처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지, 유럽파들이 합류하는 미국이 보다 정비된 전력으로 설욕을 할 지 승부는 아직 완전히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서귀포=연합뉴스) 최태용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