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 놓여있는 볼이 바람에 의해 움직였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정확한 처리방법을 아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드물 것이다. 데이비스 러브3세같은 세계 정상급 프로골퍼들도 헷갈려 불이익을 당한 적이 있다. 미국골프협회 기관지인 '골프저널' 11/12월호에 따르면 2001아시안PGA투어 상금왕 통차이 자이디(32·태국)도 이 규칙을 잘 몰라 실격을 당했다. 자이디는 그러나 경기후 이 사실을 자진신고,실격을 감수함으로써 '역시 아시아 최고의 골퍼'라는 찬사를 들었다. 자이디는 지난 9월 가야CC에서 열린 APGA투어 신한오픈때 17번홀 그린에서 볼을 리플레이스하는 순간 강한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볼은 원위치에서 약 45㎝나 굴러가버렸다. 자이디는 볼이 움직였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그것을 원위치에 갖다놓은 후 퍼트를 했다. 자이디는 그러나 미심쩍었던지 라운드 후 경기위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경기위원은 자이디가 그 상황에서 규칙을 잘못 적용했고 결국 벌타를 가산하지 않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했기 때문에 실격이라고 통보했다. 자이디가 그 조치를 순순히 받아들였음은 물론이다. 자이디가 맞닥뜨린 상황은 '어드레스'를 기준으로 규칙적용이 달라진다. 어드레스후 볼이 바람에 의해 움직였다면 자이디는 1벌타를 받은 뒤 볼을 원위치에 갖다놓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 어드레스를 하기 전에 볼이 바람에 의해 움직이면 볼이 멈춘 곳에서 플레이를 하면 된다. 자이디는 어드레스하기 전에 볼이 움직였으므로 볼이 있는 그 상태에서 플레이를 해야 되는데 볼을 옮기고 플레이했기 때문에 2벌타를 부과받아야 한다(규칙 18조2항). 어드레스 시점이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노련한 골퍼들은 볼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어드레스를 생략한 채 바로 스트로크를 하기도 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