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의 조 추첨은 `브라질엔 행운' `영국엔 불운'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약체팀'들과 함께 조 편성이 된 브라질은 벌써부터 흥분하는 표정이 뚜렷하다. 한국에서 경기하는 C조에 포함된 터키와 중국, 코스타리카 모두 브라질로서는 한 두 수 아래인 팀들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최대일간 오 글로보를 비롯한 현지언론들은 브라질의 C조 편성을 톱기사로 전하면서 "비록 남미지역 예선에서는 마지막으로 본선행 티켓으로 따내 '삼바축구'의 자존심을 구겼지만 추첨결과로 볼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들뜬 분위기이다. 오히려 숙적이자 남미축구의 강호인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죽음의 조'에 편성된 것을 안쓰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브라질 축구연맹 기술책임자인 안토니오 로페스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브라질팀은 설탕을 바른 `마멍'(브라질산 열대과일로 달콤하고 부드러운 열매)을 먹는 기분일 것"이라며 "C조 1위가 된 뒤 일본과 벨기에, 러시아, 튀니지가 포함된 H조의 2위팀과 대결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드컵대회 최다인 4회 우승기록을 보유하고 현재 FIFA랭킹 3위인 브라질은 지난 `98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에 0-3의 참패를 당한 뒤 올해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6개팀에 진데다 컨페드컵에선 호주에 덜미를 잡히는 등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해 왔다는 점에서 같은 조에 속한 약팀에 대해서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언론들은 조 추첨이 끝나기가 무섭게 터키와 중국팀에 대한 대비책을 요구하며 상대팀의 전력을 나름대로 분석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현지 축구전문가들은 브라질이 어렵게 본선 턱걸이에 성공했더라도 여전히 우승후보국이라는 점에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왼발의 달인'인 히바우두와 `대포슛'으로 잘 알려진 카를로스 등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데다 최근 교체된 스콜라리 감독의 작품인 에디우손-루이장의 새 투톱이 최근들어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호나우두까지 합세한다면 내년 월드컵의 우승판도는 `아르헨티나-프랑스'가 아니라 '아르헨티나-프랑스-브라질' 3자 대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편 브라질 축구인들은 경기장소가 한국이라는 사실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 대해 동경심마저 갖고 있는 브라질 사람들은 경기장 시설이나 각국 대표단 숙소와 교통시설면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월등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축구연맹 관계자는 "울산과 서귀포, 수원에서 경기를 갖는 브라질팀을 위해 사전에 브라질 대표팀 숙소 등을 시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