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불도 다시 보자' 봉태하(41·스포월드)가 지난 16일 불혹을 넘긴 나이로 9년만에 국내 프로골프대회인 강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자 동료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봉태하는 지난 89년부터 93년까지 5년 연속 상금랭킹 10위에 들 정도로 국내 톱프로였다. 그러나 94년 소속사를 바꾸면서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볼을 소속사의 볼로 바꿨는데 이게 실험용이었던 것. 그 이후 거리가 30야드 가량 줄었는데 당시는 스윙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만 알고 무리하게 연습에 몰두했다. 그러다 보니 팔에 앨보가 왔고 허리 부상까지 겹치며 중위권 선수로 전락했다. 이때가 그에겐 가장 괴로운 시간이었다. "골프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만 그만두기는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다시 훈련에 몰입했고 결국 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그의 우승엔 한 아마추어 골퍼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강원오픈 2주 전에 열린 익산오픈에서 커트 탈락한 그는 유성에 가서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을 우연히 만났다. 골프 얘기로 담소를 나누다 봉 프로는 "퍼팅이 안돼서 죽겠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는 연습 퍼팅을 해보이자 '싱글' 실력을 갖고 있던 그 사람은 "예전에는 안 꺾이던 손목이 꺾이고 자꾸 볼을 쫓아가며 친다"고 지적했다. 강원오픈대회 전날 봉 프로는 연습 그린에서 그 사람이 얘기해준 대로 퍼팅을 해봤다. 자세는 불안한 것 같은데 볼은 제대로 굴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 프로는 새로운 퍼팅 방식으로 밤늦게까지 연습을 했고 그것이 결국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최상호 프로가 대회 직후 봉 프로에게 "퍼팅이 아주 좋아졌다"며 칭찬해 주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체면을 세우게 돼 너무 기쁩니다.자식들도 이제 아빠를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는 "이제 골프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겠다"며 내년에 달라질 자신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