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FA)을 선언한 박찬호(28)가 평생에 한번찾아올까 하는 '대박 찬스'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악재가 돌출해 울상이다. 96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이후 6년만에 FA 자격을 취득했던 박찬호는 올 겨울 총액 1억달러 이상의 다년 계약을 체결해 자신이 꿈꿔 온 '아메리칸 드림'에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메이저리그의 경제 사정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구단주들이 2개 팀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박찬호는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버드 셀리그 커미셔너는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2개 팀을 시장 논리에 따라 축출하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태. 퇴출이 유력시되는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미네소타 트윈스가 해체될 경우 해당팀 선수들이 드래프트를 통해 나머지 28개 구단에 흡수되기 때문에 FA인 박찬호의 희소가치는 아무래도 희석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지 언론들이 박찬호의 기량을 평가절하하는 보도를 일삼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박찬호는 FA 최대어로 꼽혔으나 '연봉 2천만달러 설'이 터져 나온 이후 주요 매체들이 일제히 박을 깎아내리고 있다. 특히 댈러스모닝뉴스는 박찬호의 몸값을 연 평균 1천200만-1천500만달러로 후려치기도 했으며, 익명을 요구한 모 구단의 단장은 ESPN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박찬호 영입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찬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여전히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13일 현지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박찬호의 거취와 관련해 전화회의(conference call)을 주재할 예정인 보라스는 최근 '박찬호 X-파일'을 작성해 능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로선 보스턴 레드삭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콜로라도 로키스, 뉴욕 양키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이 박찬호 영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규정에 따라 21일까지는 원 소속구단인 LA 다저스와 우선협상을 벌여야 하고 타 구단과는 계약 조건을 주고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박찬호가 타구단과 자유로운 접촉이 가능한 22일부터는 본격적인 이적협상이 가능하지만 몸값이 얼마로 측정될 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