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하늘에 미사일이 날라 다니던 지난 10월 7일 밤.중국 전역의 하늘에는 불꽃놀이가 벌어졌다. 중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2002년 월드컵 예선전에서 오만에 승리,본선 진출 티켓을 따냈기 때문이다. 경기가 열렸던 선양(沈陽)은 물론이고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등 주요 도시는 밤새도록 폭죽소리로 요란했다. 시민들은 시내 곳곳 술집에서 공짜 맥주파티를 갖기도 했다. 그들에게 아프가니스탄 미사일 세례는 남의 일이었다. 중국축구를 월드컵 광장으로 이끌었던 보라 밀루티노비치(멕시코 국적 보스니아인)감독은 일약 중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월드컵 문을 두드린 지 44년만의 쾌거. 그 날 중국인들은 그렇게 흥분하고 있었다. 중국 축구팬 역시 오는 30일 부산에서 열릴 2002년 월드컵 축구 대진 추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에서 경기가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열려야 더 싼 가격에 경기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한국 여행비용은 일본의 3분의1에 불과합니다". 베이징 프로축구팀인 궈안(國安)팬인 린하이퍼(林海派.27)씨의 말이다. 중국 축구팬들은 한국을 부러워한다. 중국 축구팀은 일본을 만나면 펄펄 날지만 한국 팀 앞에서는 오금을 저리고 절절매기 때문이다. "공한증(恐韓症)"이다. 중국 축구팬들은 그래서 더욱 이번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언론들은 월드컵경기가 한국에서 열린다면 대략 5만명 이상의 중국인이 한국에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이 쓸 돈은 대략 2천~3천달러선. 적지 않은 월드컵 특수다. 중국의 축구 열기는 한국 일본은 물론이고 유럽 남미에도 뒤지지 않는다. 프로축구가 열리는 주말 경기장은 항상 만원이다. 중국축구협회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축구장을 찾겠다"는 축구팬이 1억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10%에 약간 못미치는 수치. 축구 대국이라고 할 만하다. 중국 축구열기의 핵심은 지역별 14개 팀으로 구성된 프로축구 1부 리그다. 중국은 이를 "甲A"리그라고 한다. 다롄(大連)스더(實德), 상하이 선화(申花), 쓰촨(四川)상우퉁(商務通) 등이 1부 리그의 강자들이다. 특히 선전 커지엔(科建)팀을 이끌었던 차범근 감독, 총칭(重慶)리판(力帆)을 맡고 있는 이장수 감독이 甲A리그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12개 팀으로 구성된 2부 리그(甲B)가 1부 리그를 받쳐주고 잇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되면서 중국에는 "축구경제"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축구를 매개로 한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각 업체들이 축구를 활용한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 나서는가 하면 스포츠 매니지먼트 사업도 각광을 받고 있다. 축구 선수 및 감독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축구 선진국" 한국이 중국의 축구열기를 다시 봐야하는 이유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