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일군다.' 실업팀인 한국철도가 2001 서울은행 FA컵 축구대회에서 수원 삼성과 전남 드래곤즈를 연파하며 8강에 진출, 지난해 프랑스컵에서 '오합지졸'의 4부 리그팀으로 결승까지 진출했던 칼레의 바람을 한국에서도 재현할 태세다. 선수들이 평균 연봉 1천800만원의 계약직 사원들로, 프로와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속에서 운동하고 있는 이들의 선전은 '반란'의 가능성을 열어 둔 FA컵의 흥미를 돋우며 프로팀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는 것. 특히 이들은 슈팅수에서 수원전 13-21, 전남전 10-21을 각각 기록하며 공격력의 열세를 드러냈지만 골키퍼 한상수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의 악착같은 투혼으로 이를 극복하며 승리해 감동을 더하고 있다. 이들이 프로팀을 거푸 잡을 수 있는 원동력은 우선 프로에 가지 못했거나 프로에서 퇴출당했던 '사연'을 안고 있는 선수들의 오기다.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경력을 갖고 있는 문변모(24)와 박한석(23)은 물론 수비력을 인정받고도 부산에서 9경기만 뛰고 올초 퇴출된 GK 한상수(24) 등은 실업무대에 안주하지 않고 반드시 프로무대에 올라서겠다는 투지로 똘똘 뭉쳤다. 이와 함께 98년까지 프로의 안양과 부천에서 각각 뛰었던 이종묵(28), 김은철(33), 지난해까지 포항에 몸담았던 이순행(27) 등은 팀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며 프로에서 못 피운 꽃을 피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여기에다 94년부터 사령탑을 맡은 이현창 감독의 자율적인 선수단 운영속에 가족같은 끈끈한 유대의 끈이 선수들을 묶어주고 있어 조직력과 사기 만큼은 어느 프로팀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현창 감독은 "선수들이 현실여건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준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며 "특별한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