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방울뱀'이 명가의 전통을 깨뜨리고 월드시리즈 역사를 새로 썼다. 내셔널리그 챔피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5일(한국시간) 피닉스의 뱅크원볼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9회말 1사 만루에서 루이스 곤잘레스가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뉴욕 양키스에 3-2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98년 메이저리그의 막내구단으로 탄생했던 애리조나는 이로써 시리즈 전적4승3패를 기록, 최단기간인 창단 4년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월드시리즈 MVP는 사상 최고의 `원-투 펀치'로 불리는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이 공동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존슨은 2차전 완봉승, 6차전 선발승에 이어 7차전 구원승으로 3승을 올렸고 실링은 1차전, 4차전, 7차전에 거푸 선발등판하며 마운드의 기둥이 됐다. 애리조나의 극적인 우승으로 4차전과 5차전에서 9회말 2아웃 뒤 거푸 동점홈런을 두들겨 맞았던 김병현은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를 털어내며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꼈다. 또한 42살의 마이크 모건과 매트 윌리엄스, 마크 그레이스, 존슨 등의 노장들은빅리그 데뷔 15-22시즌만에 처음 챔피언 반지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정규시즌 20승 투수들을 나란히 선발로 투입한 7차전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드라마틱한 게임으로 기억될 한판이었다. 양팀이 3승3패로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끝 대결에서 애리조나는 1차전과 4차전 선발투수였던 커트 실링을, 뉴욕 양키스는 3차전 승리투수였던 로저 클레멘스를 선발로 투입해 배수의 진을 쳤다. 팽팽하게 이어지던 `0'의 균형을 먼저 깨트린 것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6회말 선두타자 스티브 핀리가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자 6번대니 바티스타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려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나 곧바로 양키스의 반격이 이어졌다. 6회까지 1안타로 침묵하던 양키스는 7회초 데릭 지터와 폴 오닐의 연속 안타로만든 1사 1,3루에서 티노 마르티네스가 우전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8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선 신인 알폰소 소리아노가 실링으로부터 좌월 1점홈런을 2-1로 뒤집었다. 애리조나는 역전당하자 5차전 선발투수였던 미구엘 바티스타와 6차전 선발 랜디존슨까지 투입해 추가 실점을 막는데 총력을 펼쳤고 이에 맞서 양키스는 8회말 수비부터 특급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를 마운드에 투입, 패색이 짙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독기품은 `사막의 방울뱀'은 9회말 아무도 예상치 못한 역전극을 준비하고 있었다. 9회말 마지막 공격에 나선 애리조나는 노장 마크 그레이스가 중전안타로 포문을열었고 대미언 밀러의 보내기 번트 타구를 리베라가 2루에 악송구, 무사 1,2의 찬스가 이어졌다. 대타로 나선 제이 벨은 보내기 번트 실패로 선행주자를 진루시키는데 실패했으나 애리조나는 1번 토니 워맥의 천금같은 우익선상 2루타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불펜에서 김병현이 몸을 풀고 있는 가운데 계속된 공격에서 애리조나는 크레이그 카운셀이 몸맞는 볼로 1사 만루 기회를 잡은 뒤 곤잘레스가 유격수 키를 살짝 넘어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를 터뜨려 극적이고도 짜릿한 최후의 승리를 움켜쥐었다. 애리조나 선발 실링은 7⅓이닝동안 삼진 9개를 곁들이며 6안타 2실점으로 막았고 8회초 2사 1루에서 구원등판한 존슨은 1⅓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처리해 구원승을 올렸다. 반면 양키스가 자랑하는 '특급 마무리' 리베라는 1⅓이닝동안 4안타로 2실점,포스트시즌 23연속 세이브 기록이 중단되며 포스트시즌 출전 52경기만에 첫 패배를최종전에서 맛봤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