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의 '작은 거인' 김병현(22.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고 올 시즌을 마쳤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호투에도 불구하고 월드시리즈에서 연이틀 홈런을 맞아 좌절의 눈물을 흘렸던 김병현이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마음고생을 털어내고 내년 시즌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월드시리즈 부진으로 심각한 좌절감에 빠졌지만 동양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오른데 이어 지난 99년 뉴욕 양키스의 이라부 히데키 이후 동양인으로는 두번째로 우승 반지를 차지해 한층 성숙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


특히 자신보다 메이저리그 5년 선배인 박찬호(28.LA 다저스)를 제치고 꿈의 무대인 월드시리즈에 출전, 한국인 최초로 챔피언 반지를 끼게 돼 확실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


'한국형 핵 잠수함' 김병현에게 올 시즌은 20대 초반의 메이저리그 3년차 마무리 투수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영광과 치욕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한해였다.


김병현은 우선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78경기에 등판, 5승6패19세이브를 올려 데뷔 첫해인 99년(25경기 1승2패1세이브)과 지난해(61경기 6승6패14세이브)보다 향상된 성적으로 팀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와 플레이오프 진출을 도왔다.


플레이오프에서도 김병현은 빅리그 최정상급 선발인 커트 실링, 랜디 존슨과 함께 애리조나 마운드를 이끌며 창단 4년에 불과한 팀의 월드시리즈행을 이끌었다.


김병현은 세인트루이스와의 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1세이브를, 애틀랜타와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2세이브를 각각 기록했다.


짧은 연륜과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을 받는 선수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고 떠오르는 업슛과 활처럼 휘는 슬라이더로 무장된 구위는 같은 팀 타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김병현은 동양인 최초로 월드시리즈에 등판하는 영광을 누릴 틈도 없이 연이틀 홈런포에 좌절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월드시리즈 첫 등판인 4차전 8회말에 2점 홈런을 맞고 3-3 동점을 허용한데 이어 연장 10회말 끝내기 1점 홈런을 내주더니 5차전에서도 9회말 2아웃 이후 동점 홈런을 맞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자신 만만했던 '작은 거인'도 자신 때문에 2승1패로 앞서던 팀이 2승3패로 뒤지게 되자 마운드에 힘없이 주저 앉고 말았다.


위력적인 구위에도 불구하고 큰 경기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호투하다가도 2사 이후에 한방을 맞고 무너진 것이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한해를 마감함으로써 이제 출발에 불과한 김병현에게는 앞으로 많은 시즌이 남아있고 이번 월드시리즈에서의 부진이 오히려 값진 보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김병현은 팀의 우승 덕에 이번 월드시리즈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해마다 월드시리즈는 마무리투수들의 시험대가 됐고 93년 필라델피아의 미치 윌리엄스 등 몇몇 투수들은 월드시리즈 부진을 이기지 못해 은퇴하기도 했었다.


또 김병현은 연속된 실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밥 브렌리 감독의 신뢰를 얻고 있고 이번 시즌 활약으로 대폭 오른 연봉에 다년 계약까지 예상돼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환경에서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김병현이 월드시리즈의 시련을 극복하고 내년 시즌 더 성숙된 모습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한층 더 모아질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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