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말 두산이 극적인 역전에 성공하고 삼성의 마지막 공격을 맞은 9회초. 두산측 관중석의 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마운드에 버티고 있는 `최고 소방수' 진필중의 이름을 연호했다. 선두타자인 대타 김승권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뒤 박한이마저 3루 땅볼로 잡아 감격의 우승까지는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놓은 상황. 다음 타자는 이날 4타수 3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김종훈. 초구를 당긴 공이 힘없이 3루쪽으로 굴러가자 두산측 관중들은 승리를 확신한듯함성을 질렀고 외야를 비추던 라이트까지 폭죽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을 수 있도록 꺼졌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은 그렇게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느린 타구 때문에 3루수 김동주가 급하게 던진 공은 1루수 홍원기의 글러브에들어갔다 나왔고 김종훈은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었다. 꺼졌던 라이트가 다시 들어온 뒤 타석에는 `라이언 킹' 이승엽이 서 있었고, 기대에 보답하듯 중전 안타를 때려 2사 1.2루의 동점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양측 관중들의 함성이 하늘을 찌르는 순간 진필중은 마해영을 헛스윙 삼진으로돌려세운 뒤 두 손을 치켜들며 포효했다. 포수 홍성흔은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마운드로 달려가 진필중을 힘차게 껴안았고 수비하던 선수들은 물론 더그아웃에서도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전 선수단이 쏟아져나와 얼싸안았다. 화려한 폭죽이 연신 밤하늘로 치솟는 가운데 퀸의 `우이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이 운동장에 울려퍼지는 동안 두산 선수단은 챔피언 플래카드를 들고운동장을 돌았다. 손에 손에 소형 불꽃을 든 관중들의 `최강 두산'을 외치는 함성은오래도록 잦아들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