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용아, 네가 무너지면 우린 끝장이다." 한국시리즈에서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이 5차전에서 임창용을 선발로 내세워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한 번만 더 지면 20년 묵은 한국시리즈 무관의 징크스를 이어가게 되는 삼성. 5차전에서 한 숨을 돌리고 대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임창용의 임무가 막중하다. 선발도 그렇지만 불펜진이 완전히 붕괴된 마운드 사정상 임창용이 몇 회까지 버티느냐가 5차전 승부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3연패를 당한 팀 분위기나 한창 불이 붙은 두산 방망이의 파괴력, 또 지난 2차전의 구위로 봐서는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임창용은 2차전에서 시속 1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직구에 제구력 불안까지 겹쳐 4⅔이닝동안 4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와 정규시즌에서 14승을 거둔 정상급 투수의 면모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팀이 위기에 몰린 만큼 이날 경기가 임창용에게는 99년부터 이어진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을 털어버릴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일 수도 있다. 해태 소속이던 97년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에 등판, 무실점으로 3개의 세이브를 따내며 팀 우승에 기여했던 임창용은 99년 삼성에 새 둥지를 틀었지만 `가을 잔치'만 되면 고개를 떨구었다. 삼성이 강타자 양준혁과 현금 20억원을 주면서까지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영입한 임창용은 정규시즌에서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99년 플레이오프에서 2패(2세이브),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1패(1세이브)를 당하는 등 포스트시즌에서는 정규시즌에서의 `철벽 마무리' 위용을 완전히 잃었다. 올시즌 선발로 보직 변경에 성공,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임창용은 한국시리즈에서도 갈베스와 함께 든든한 `원투 펀치'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금까지는 또 다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의 운명을 양 어깨에 짊어진 임창용이 5차전에서 어떤 투구를 보일 지 관심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