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두산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매 경기 안타와 점수를 봇물터지듯 쏟아내며 유례없이 치열한 난타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당초 막강 선발진을 앞세운 삼성의 우세가 예견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양팀 방망이가 폭발하면서 파워배팅을 앞세운 두산이 오히려 2승1패로 한 걸음 앞서게 됐다. 1차전은 삼성이 7-4, 2차전은 두산이 9-5, 3차전은 다시 두산이 11-9로 승리하면서 3경기동안 양팀이 뽑은 점수는 모두 45점이다. 경기당 평균 15점으로, 정규시즌 평균 득점(10.35점)을 훨씬 상회하고 있으며 역대 한국시리즈와 비교해도 유례없는 타격전이다. 특히 4시간36분의 혈전이 펼쳐졌던 3차전에서는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득점과 최다볼넷, 최다 투수 등판 등 온갖 진기록이 양산되기도 했다. 주축투수들을 총동원하는 한국시리즈에서 예상치 못한 `타고 투저' 현상이 부각되는 것은 양 팀 모두 선발투수가 심각한 난조에 빠졌기 때문이다. 3차전을 치르면서 양팀을 통틀어 5이닝 이상 버틴 선발투수는 2차전에서 6회말 선두타자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고 강판됐던 구자운(두산) 뿐이었다. 선발투수가 5회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다 보니 올 한국시리즈에서 선발승은 아직 기록되지 않았고 양 팀 모두 중간계투 요원들이 승점을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승부가 불꽃튀는 난타전으로 돌변하면서 시리즈를 앞두고 `삼성의 일방 우세'라고 점쳤던 전문가들의 의견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이 삼성의 우세를 꼽은 이유는 갈베스-임창용-배영수로 이어지는 특급선발진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즌도중 40여일을 이탈했던 갈베스는 훈련 부족으로, 임창용은 제구력 난조에 따른 스피드 저하로, 2년생 배영수는 중간과 선발을 오가는 심리적인 중압감으로 인해 정규시즌때의 위력을 나란히 상실한 상태다. 남은 경기에서도 삼성 선발투수들이 컨디션을 추스르지 못한다면 올 한국시리즈의 패권은 불꽃 방망이를 앞세운 두산 벤치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