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토종-용병 거포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20일부터 시작되는 한국시리즈에서 `라이언 킹' 이승엽(삼성)과 `흑곰' 우즈(두산)가 팀의 운명을 건 한판 대결을 펼친다. 98년부터 매년 홈런왕을 다퉈왔던 이들의 대결은 올시즌에는 홈런왕(39개)에 오른 이승엽이 5개 차로 우즈(34개.3위)를 따돌리며 이겼지만 정규리그 성적은 한국시리즈에서는 참고 자료에 불과하다. 더욱이 95년 프로에 발을 디딘 이승엽에게는 이번이 첫번째 한국시리즈 무대이지만 우즈는 한국시리즈에서 홈런을 3개나 때려내며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9개) 공동 1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큰 경기에 강하다. 이승엽에게는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을 펼쳐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올시즌을 끝으로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 이승엽은 팀의 20년 한국시리즈 무승의 한을 풀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구단과 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올시즌 홈런왕에 오르기는 했지만 시즌 내내 부침을 거듭한 방망이로 데뷔 이후 최악의 타율(0.276)을 기록해 대미를 화끈하게 장식하며 아직안갯속에 가려있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상까지 노린다는 생각이다. 가벼운 손목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우즈의 각오도 남다르다. 정규시즌 막판 부상 등의 이유로 홈런왕 욕심을 일찌감치 접었던 우즈도 한국시리즈에서는 양보가 없다는 다짐이다. 시즌 마지막 9경기에서 손맛을 못봤던 우즈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동점 3점홈런을 날렸고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쐐기를 박는 1점 아치를 그리며 부상에도 여전한 파워를 자랑했다. 공교롭게도 두산전에서 홈런 2개를 날린 이승엽과 삼성전에서 3개를 때려낸 우즈는 특정팀 상대로는 가장 적은 숫자의 홈런을 기록하며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포지션마저 1루수로 똑같아 최고의 맞수로 평가받는 이승엽과 우즈가 `가을 잔치'에서는 어떻게 희비가 엇갈릴지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