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에 가장 큰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것이 삼성의 우승 불운이다. 삼성은 매시즌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으면서 포스트시즌 진출까지는 무난했지만 막상 `가을 잔치'에만 들어서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역대 구단 중 가장 많은 15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에다 한국시리즈만도 6번이나 올랐지만 번번이 우승의 영광은 삼성을 외면했다. 삼성의 불운은 원년부터 시작됐다. 야구 명문 경북고와 대구상고의 유망주들로 라인업을 짠 삼성은 82년 OB(두산전신)와 만난 한국시리즈에서 1승1무4패로 져 한국프로야구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할 영광을 놓쳤다. 전후기 우승팀끼리 맞붙었던 84년 한국시리즈는 이후에 삼성에 드리운 불행한 운명의 서곡이었다. 전기리그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삼성은 82년 한국시리즈에서 패했던 OB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막기 위해 후기리그 최종 2게임에서 롯데에 `져주기' 의혹까지 받으며 OB를 2위로 밀어내고 롯데를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택했다. 그러나 삼성은 최동원에게 4경기를 내주며 3승4패로 무릎을 꿇었고 구단 이미지에도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지금도 일부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삼성이 당시의 `져주기' 한국시리즈의 저주를 받아 우승을 못하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후 삼성의 한국시리즈 불운은 심상치 않은 징크스로 바뀌었다. 85년에 전후기 통합 우승을 차지해 `가을 잔치' 없이 왕좌에 오른 삼성이 최고승률로 한국시리즈에 오른 86년과 87년에 현재 사령탑인 김응용 감독이 이끄는 해태(기아 전신)에 연신 발목을 잡힌 것. 이만수, 장효조, 김성래의 방망이와 김시진, 권영호가 지키는 마운드 등 전력상으로는 전혀 밀릴게 없어 보이던 삼성은 86년에 1승4패, 87년에 4연패를 당하며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 두 시즌동안 삼성은 감독을 잇따라 교체하는 등 우승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우승컵은 끝내 삼성을 비켜갔다. 이후 해태가 연달아 우승 축배를 터트리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던 삼성은 90년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한 뒤 빙그레와 `천적' 해태를 연파하며 LG와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하지만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는 여전히 4연패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해태와 다시 맞붙은 93년 한국시리즈는 삼성에게 있어 두고 두고 안타까운 경기. 1.2차전을 주고받은 삼성은 무승부로 끝난 3차전에서 박충식을 연장 15회까지 완투시키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승리에 집착을 보였고 결국 4차전을 승리, 2승1무1패로 앞서 첫 우승을 이루는듯 했다. 그러나 잠실로 자리를 옮겨 열린 5.6.7차전에서 삼성은 전날까지 폭발하던 방망이가 갑자기 침묵을 지키며 선동열이 버틴 해태 마운드의 벽을 넘지 못하고 3연패로 시리즈를 내줬다. 그날 이후로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나 세기가 바뀐 올해에 드디어 `우승 청부사' 김응용 감독을앞세워 그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깨부수기 위한 출발선상에 서 있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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