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정상을 지켜오던 한국 여자농구가 위기에 빠졌다. 한국은 11일 막을 내린 제19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세대 교체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65년 대회 창설이후 처음으로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3위에 머물렀다. 90년대 들어 한국 여자 농구를 이끌어오던 정은순, 전주원, 정선민이 부상 등의이유로 대표팀에서 빠져 어느정도 부진을 예상못한 것은 아니지만 준결승에서 일본에 대패한 것을 비롯해 대회 내내 보여준 무기력한 플레이는 실망스러울 정도다. 물론 부상 선수들이 다시 가세한다면 아시아권에서는 결코 밀릴 전력이 아니지만 문제는 정은순, 전주원 등 한국 여자 농구의 간판스타들이 은퇴를 눈앞에 두고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정은순과 정선민을 대신해 골밑을 지켰던 김계령, 이종애는 상대와의 몸싸움에서 밀리며 번번이 찬스를 내줬고 전주원을 대신해 코트의 사령관으로나선 김지윤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한국 여자 농구의 가장 큰 무기였던 조직력도 완전히 실종됐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데다 지난달 초에 여름리그가 끝나 함께 호흡을 맞춰볼 시간도 2주일 정도에 불과했다. 대한농구협회는 각종 국제대회를 고려해 여자농구연맹측과 리그 운영 및 대표팀소집 시기 등을 감안해 선수들이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좌절이 장기적으로는 한국 여자 농구 발전에 좋은 약이 될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협회는 이번 대회 실패를 거울삼아 연맹과 협의, 내년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해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내다보고 장기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이달 말에 감독의 추천을 받아 1.5군의 기량을 갖춘 유망 선수 10여명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정해 호주로 전지훈련을 보내고 이 제도를 매년 시행할 예정이다. 연맹측은 또 16일 열리는 구단 이사회에서도 중고 농구의 활성화 방안을 심도깊게 논의해 여자 농구의 새싹 육성에도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