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협의회가 사상 초유의 포스트시즌 보이콧을 선언함에 따라 국내프로야구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유야 어찌됐던 포스트시즌을 볼모로 삼은 선수협의 초강경 자세는 예전만큼 팬들의 지지를 끌어낼 지 의문시되고 있고 고압적 태도로 협상의 여지마저 없애버린8개구단 사장단 역시 비난의 표적이 될 공산이 크다. 프로야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포스트시즌은 '가을 축제'로 불릴 만큼 한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최고의 이벤트이자 흥행의 보증수표다. 지난 2월 시작된 해외전지훈련부터 시범경기, 6개월여의 페넌트레이스를 거친 프로야구의 종착역이 바로 포스트시즌이다. 이같은 포스트시즌을 선수들 스스로 거부하겠다는 것은 야구선수로서의 직분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선수협은 "순간의 이익보다는 한국야구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며 국내선수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했지만 극단적인 방법으로 요구를 관철시키려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구단 사장단은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선수협은 지난 8월 선수관계위원회를 통해 용병 축소를 공식적으로 제의하는 등 여러 차례 외국인선수를 줄여줄 것을 건의했었다. 단장회의에서도 용병축소에 합의하는 등 야구계의 중지가 모아졌지만 유독 사장들만은 현행 제도의 유지를 고집하고 있다. 이런 과정속에 KBO 총재는 중재자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결국 선수협의 실력행사를 초래한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99년과 지난 겨울에 이어 3년째 벌어지는 '선수협 파동'으로 만약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프로야구는 재기불능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