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거포 이경수(22.한양대4)가 현대캐피탈로 진로를 굳히면서 배구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이달 자동차에서 간판을 바꿔 단 현대캐피탈은 지금의 전력으로는 적어도 5년간 삼성화재의 벽을 넘을 수 없다고 보고 드래프트 포기 및 자유경쟁을 통한 이경수 영입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실업팀간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경수 영입 문제를 검토조차 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국내 배구와 팀을 위해서는 드래프트보다 자유경쟁이 낫다는 게 현실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 송만덕 감독은 "배구 활성화를 위해 자유경쟁을 주장하는 만큼 삼성화재는 절대로 보내지 않는다"고 못박은 뒤 "이경수가 현대에 가느냐는 문제는 상식 선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해 현대행을 강력히 시사했다. 더구나 배구계 일각에서는 현대와 한양대가 총 계약금 8억원에 이경수의 입단을 합의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이에 송 감독은 "아직 협상은 없었다"면서도 "드래프트 규약과 실업팀 사정을 감안할 때 이경수 본인에게 돌아가는 몸값은 5억~6억원이면 된다"고 밝혔다. 현행 드래프트제의 계약금 규약은 계약금 중 70%가 선수 몫이고 30%는 학교와감독이 2:1로 나눠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경수의 현대행 가능성과 관련, 드래프트 1, 2순위 지명권을 쥔 대한항공과 LG화재도 대응 자세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드래프트에서 이경수를 낚을 확률이 40%인 대한항공의 한장석 감독은 "원칙이 무시되는 곳에서 배구팀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는 게 회사측의 단호한 자세"라며 팀해체 불사의 뜻을 분명히 했다. LG화재 또한 "이경수 지명 확률이 30%여서 굳이 자유경쟁으로 돌아설 이유가 없다"며 드래프트 유지 입장을 천명했지만 "삼성과 현대가 흥행을 이끌고 있는 배구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특히 LG화재의 신중론과 관련해 일부에선 `LG가 이경수의 현대행을 용인해주는 대신 현대의 주축선수를 받는다'는 모종의 밀약설을 제기해 대한항공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한 실업팀 코치는 "LG화재가 라이트 손석범과 현대 후인정을 맞바꾸는 등의 현실적인 방안에 기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한가지 주목해야할 점은 스카우트 파행의 `원죄'를 안고 있는 삼성화재가 사실상 방관자로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 이경수가 현대로 가면 흥행은 물론 "싹쓸이 때문에 우승한다"는 비난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이경수가 어딜 가든 상관하지 않지만 자유경쟁 전환이 배구판을 깰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다음달 5일까지 각 팀의 입장을 정리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현재로서는 실업팀간 합의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난감해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