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울산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에서 '텅빈 벤치'로 심판판정에 항의(?)하는 희한한 장면이 연출됐다. 좀처럼 보기 드문 상황은 후반 10분께 포항 수비수 최종범이 퇴장을 당하면서 시작됐다. 울산 정정수의 돌파를 막는 상황에서 최종범의 태클이 깊었다고 판단한 손종덕 주심이 레드카드를 빼들자 주장 하석주 등 포항 선수들이 거칠게 항의하면서 심상치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하석주의 항의가 길어지면서 하석주도 경고를 받고 이에 항의하던 포항 유동관 코치까지 퇴장명령을 받으면서 사태는 점입가경으로 치달았고 소동 속에 경기는 약 10분 가까이 지연됐다. 경기는 몰수게임이 선언되는가 싶을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 속에 속개됐지만 홀로 벤치를 지키던 최순호 포항감독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분을 참지 못한 채 벤치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최순호 감독은 경기 후 "경고도 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레드카드를 뽑아든 심판판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벤치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경기를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순호 감독을 위시한 포항벤치로서는 지난 8월1일 선두를 달리다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수원에게 패한 뒤 긴 슬럼프를 겪은 쓰라린 기억이 되살아 났을 법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생각하지 않는 포항 벤치의 태도와 계속되는 심판판정에 대한 불신은 내년이면 스무살을 맞는 한국 프로축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울산=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