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투수 최고의 영예인 다승왕을 놓고 치열한 4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공동 다승왕 임선동(현대)이 20일 두산전에서 14승째를 거두면서 신윤호(LG), 임창용(삼성), 손민한(롯데)과 함께 다승 부문 공동 선두 그룹에 합류했다. 이들 선두주자는 팀들이 6∼8경기씩 남겨두고 있어 마무리 신윤호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앞으로 두 세번의 선발 기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 일부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지난해와 같이 3명 이상의 공동 다승왕이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을 만큼 누가 다승왕에 등극할 지는 현재로서는 예측불허다. 일단 경기 일정상으로는 8경기가 남은 삼성의 임창용이 가장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등판한 임창용은 22일 한화전과 27∼28일 LG와의 2연전 등 적어도 2차례는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이며, 다승왕이 유력할 경우 10월 3일 시즌 최종전인 두산전에도 다시 한번 등판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성이 한국시리즈 직행을 거의 확정지어 시즌 막판에 좀 무리하더라도 컨디션을 조절할 시간이 충분한 점도 임창용의 어깨를 가볍게 한다. 하지만 최근 4경기에서 3패하는 등 막판들어 볼의 힘이 많이 떨어진 것이 문제다. 아직 4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의 손민한도 3차례 등판이 예상된다. 남은 경기에서 총력을 기울여야하는 롯데는 6경기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잔여경기 일정이 드문 드문 잡혀있어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이 살아있는 한 가장 확실한 선발투수인 손민한을 3번 정도는 출격시킬 가능성이 크다. 다만 남은 경기에서 4강 진출 좌절이 확정된다면 시즌 내내 혹사당한 에이스의어깨 보호를 위해 3번째 출전은 보류될 수도 있다. 초반의 부진을 씻고 최근 4연승의 상승세를 타며 무섭게 치고 올라온 임선동은 다소 불리한 상황. 전날 등판해 남은 7경기에서 많아야 2번 정도의 선발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여 임창용과 손민한에 비해 적고 팀도 2위 자리를 거의 확정해 무리할 필요도 없다. 또한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김재박 감독이 지금까지 기용하지 못했던 투수들에게 실전 등판 기회를 준다면 임선동이 승수를 쌓을 기회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임선동을 제외한다면 올시즌 현대에서는 개인 타이틀 수상이 유력한 선수가 없어 김 감독이 밀어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마지막 변수는 상황만 된다면 팀의 남은 8경기에서 모두 마무리로 등판해 구원승을 거둘 수 있는 신윤호. 하지만 4강 진출이 거의 좌절된 LG가 시즌 내내 마운드를 떠맡은 신윤호를 무리해서 등판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신윤호 자신도 다승왕보다는 구원왕에 욕심을 내고 있어 그가 다승왕을 차지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