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4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화와 기아, SK가 노장 투수들의 선전에 활력을 얻고 있다. 기아는 16일 현대전에서 이강철(35)에 이어 팀내 최고참인 오봉옥(33)이 선발등판, 8이닝 동안 삼진 9개를 뽑아내며 6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해 2연패를 끊으며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더욱이 오봉옥의 이날 승리는 15일 에이스 최상덕이 무너지는 등 전반적인 선발진의 부진속에 기아로서는 11경기만에 선발 투수가 거둔 승리여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SK도 오봉옥이 호투하던 날 34세의 팀내 최고참 조규제가 다승 선두인 에이스임창용을 내세운 막강 삼성 타선을 상대로 7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낸데 힘입어 탈꼴찌에 성공했다. 게다가 조규제의 승리는 든든한 선발 요원이던 김원형이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해 구멍이 생긴 선발 로테이션에 숨통을 터준 것이다. 한화의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 김정수(39)의 활약은 더욱 눈부시다. 김정수는 4위 도약의 갈림길이던 14일 롯데전에서 2-2로 맞선 5회 등판, 3⅔이닝을 삼진 5개를 곁들이며 퍼펙트로 막아 팀의 4-2 역전승을 이끌며 팀에 금덩어리보다 소중한 4위 자리를 선물했다. 시즌 한때 2군을 오르내리던 김정수는 `가을 까치'라는 별명답게 최근 17경기에서 무실점의 역투를 선보이며 팀 전력의 확실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풍부한 경험으로 무장한 이들이 지금과 같이 매 경기가 한시즌 농사를 좌우할만큼 중요한 순간에서 자신들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시즌이 결승점을 향해 치달으며 팔팔한 20대 선수들도 체력이 달리는 마당에 놀라운 투혼으로 팀 승리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노장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치열한 4강 다툼만큼이나 흥미롭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