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대장' 진필중(두산)이 마침내 철벽 마무리의 위용을 되찾았다. 진필중은 지난 주말 LG와의 3연전에서 세이브 2개를 추가해 신윤호(LG)와 삼성에서 퇴출된 리베라(이상 27세이브포인트)를 추월하며 시즌 28세이브포인트(7구원승21세이브)로 올시즌 처음 이 부문 단독 선두로 나섰다. 두산과 LG가 모두 올시즌 11경기씩 남겨놓은 상황에서 아직 섣불리 구원왕을 점칠 수는 없지만 최근 진필중의 구위와 소속팀의 성적을 감안하면 진필중의 3연패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진필중은 최근 등판한 3경기에서 3⅓이닝동안 안타나 사사구 없이 퍼펙트로 막고 매 경기 세이브를 올리며 최고 소방수의 위력을 완연히 되찾았다. 두산이 사실상 페넌트레이스 3위를 확정지은 상태여서 2이닝 이상을 던지는 경우도 거의 없어 피말리는 4강 승부속에 체력이 바닥에 이른 신윤호보다 컨디션 조절이 유리하다. 진필중은 99년 한시즌 최다세이브포인트 기록(52세이브포인트)을 경신하며 생애첫 구원왕 타이틀을 차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42세이브)을 갈아치우며 한국 최고의 소방수로 자리를 굳힌데다 최고의 맞수 임창용(삼성)이 선발로 돌아서 어느 해보다 구원왕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졌지만 올시즌 출발은 좋지않았다. 해태(기아 전신)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9회 역전타를 허용하며 패전 위기에 몰렸지만 팀 타선의 도움으로 겨우 구원승을 거둔 진필중은 이후 들쭉날쭉한 구위때문에 코칭 스태프의 신임을 잃어갔다. 결국 리베라가 초반 쾌조의 세이브 행진을 이어가며 이 부문 선두를 질주하는 동안 진필중은 한 때 선발로 보직이 바뀌는 등 우여 곡절을 거치며 결국 리베라(27세이브포인트)에 13포인트나 뒤진 이 부문 5위(14세이브포인트)로 전반기를 마쳤고 구원왕 타이틀도 사실상 멀어진듯 했다. 하지만 리베라가 석연찮은 이유로 후반기 시작과 함께 삼성에서 퇴출됐고 2위를 달리던 위재영(현대)이 허리 부상으로 6월 중순부터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등 진필중의 구원왕 만들기 호재가 잇따랐다. 여기에 3위 오봉옥(기아)은 후반기 들어 체력 저하로 선발로 돌아섰고 이후 구원왕 싸움은 뜻밖에도 당시 4위였던 신윤호와 진필중의 2파전으로 재편됐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이혜천, 박명환, 차명주 등 최고의 중간 계투진의 도움을 등에 업은 진필중이 혼자 불펜을 책임지다시피한 신윤호를 제치고 막판 선두로 올라선 것.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어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는 진필중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은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